구름이 많이 낀 관계로 떠오르는 해는

볼 수가 없었답니다.^^

          * 꽃밭에 서면 * 


         꽃밭에 서면 큰 소리로 꽈리를 불고 싶다
       피리를 불듯이
       순결한 마음으로


         꽈리 속의 자디잔 씨알처럼
       내 가슴에 가득 찬 근심 걱정
       후련히 쏟아내며
       꽈리를 불고 싶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동그란 마음으로
       꽃밭에 서면


         저녁노을 바라보며
       지는 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고 싶다


         남의 잘못을 
       진심으로 용서하고
       나의 잘못을
       진심으로 용서받고 싶다


         꽃들의 죄 없는 웃음소리
       붉게 타오르는
       꽃밭에서면


        이해인 / 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 중에서


  

 
 

 
        * 열애 * 



 
 
       무릎 꿇지 않고 버티는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나를 버리지 못하는

       고통스런 하루 하루였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은 이상한 희열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희열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마치

       아기를 낳기 위해

       엄마가 배를 가르는 고통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그 고통과 함께 생길

       아기로 인해

       고통이 희열로 느껴지듯이



 
 
       나도 

       밤잠을 못 자며

       그 분께 다가가기 위한

       열병의 고통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삐죽 삐죽 입을 열어

       한마디 한 마디 고백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쑥스러워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이다가

       나중엔 담대하게 큰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하나님, 사랑해요!



 
 
       주선태 / 아름다운 시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