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망특집 |

가을, 책을 만나다

책을 향한 작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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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ang Special
책과 사람
방대한 독서량을 자랑하는 북칼럼니스트, 열악한 출판시장에서 ‘될 만한 책’을 선정하려 고심하는 기독출판기획자, 한 손에는 책을 끼고 살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전문인… 책 한 권 읽지 않은 채 청량한 가을을 떠나보내는 실수를 하지 않고 싶은데, 우리 마음에 꼭 드는 책을 추천해 줄 사람이 있을까 고민하다 김지철 목사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이참에 목사님의 삶과 책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 인터뷰
2. 김지철 목사님 추천도서
  • Q 목사님께서는 오랫동안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신약학 교수로 신학생들을 가르치셨고, 지금은 소망교회 성도들을 목양하고 계십니다. 신약학자와 목회자라는 소명의 길을 걸으시면서 만났던 좋은 스승,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저는 중고등학교 시절까지 인복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두 살 때 아버님께서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버지라는 이름도 불러 보지 못했습니다. 형제도 없었지요. 아버지와 형제를 가진 평범한 친구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러다 대학생이 되어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습니다. 예수님을 나의 주님이라고 고백하면서부터 예수님이 나의 형님이 되셨고, 하나님이 나의 아버지가 되셨습니다. 저는 인복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인복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을 믿고 예수님을 친구로 삼으니 많은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게 가장 좋은 스승이자 첫 스승이 누구냐고 물으면, 예수님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은 제 주님이시지만 제 친구이시고, 제 가장 좋은 스승이십니다.

    저는 대학에서 CCC를 통해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신앙에 영향을 미친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세 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한국에서 CCC를 시작하신 김준곤 목사님을 통해 신앙 안에서 꿈을 꾸는 것을 배웠어요. 그 때부터 저도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품게 되었지요. 남서울 은혜교회 홍정길 목사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홍 목사님에게는 신앙의 뚝심이라는 것이 있었어요. 친구이자 선배인 하용조 목사님에게는 예수님을 사랑하고 예수님께 헌신하며 열심을 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Q 젊은 시절 목사님 삶의 태도와 방향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던 책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기독교인이자 실존주의 철학자였던 키에르케고르의 작품들이 제 성향과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죽음에 이르는 병』, 『두려움과 떨림』을 읽던 기억이 납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같은 우울하면서도 신학적인 이야기도 인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던 책 중에 하나는 본회퍼의 『나를 따르라』라는 설교집입니다.

    독일의 신학자 본회퍼는 히틀러 나치 정권에 삶으로 저항하다가 순교한 분입니다. 『나를 따르라』는 당시 사람들에게 굉장한 믿음의 충격을 주었는데, 제게도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도전을 준 책이지요. 생명을 건 결단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줍니다. 우리 청년들이 읽어도 아주 좋을 책입니다. 다른 하나는, 어거스틴의 『고백록』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참된 의인은 자신의 죄를 정직하게 고백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낮아짐과 연약함이 구원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방식이며, 하나님께 쓰임 받고 의인됨의 비결인 것도 깨달았습니다.

     

    Q 목사님께서 실존적이면서도 실천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이유를 이제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젊은 시절에 관한 질문이었는데, 이제는 요즘은 어떻게 책을 접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요즘 누구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계신데, 평소 언제 책을 접하시는지요?

    새벽 예배가 끝나면 오전에는 지하에 있고 외부와는 단절되어 '나의 카타콤’이라고 부르는 제 방에서 성경과 책을 읽습니다.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에는 전공분야 책 외에 다른 책을 읽기가 쉽지 않았는데 목회를 하면서 읽고 싶은 책을 다 읽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Q 목사님은 말씀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남 다르신 것 같습니다. 또 한편 일반 성도들이 성경을 가까이 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 같은데요.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고 즐겨 읽는 독자가 되기를 원하는 성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지요.

    성경은 근본적으로 누구에게나 어려워요. 오늘 우리들과 성경 사이에 시간적으로 2-3천년의 단절이 있고, 수만 킬로미터나 되는 지리적, 문화적 단절이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아주 쉬운 책입니다. 구약의 대부분과 복음서의 성경의 언어는 스토리텔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예수님은 스토리텔링을 가장 잘 하신 분이세요.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셨고 쉬운 비유로 하늘의 세계를 가르쳐주셨어요. 따라서 성경을 처음 읽을 때에는 철학적, 신학적인 바울서신보다는 스토리텔링으로 되어 있는 복음서를 먼저 읽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쉬워도 안 읽으면 소용이 없지요. 연애를 해 보았고, 연애편지도 써 보았지요? 쓸 때는 얼마나 한 자, 한 자 정성을 기울입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쓴 연애편지를 읽을 때는 또 어떻습니까? 한번 읽고 그만두지 않지요. 읽고 또 읽지요. 글자만 읽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행간을 보며 읽지요. 성경은 바로 내게 쓴 하나님의 연애편지입니다.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신 편지인 셈이지요. 그래서 반복해서 읽게 되고, 인격적인 하나님을 떠올리면서 읽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읽다보면 성경을 읽는 것이 재밌어집니다. 또 성경을 읽을 때, 하나님께 질문을 하세요. 질문을 던지면서 읽다보면 답을 다 얻지는 못해도, 아하 경험(Aha experience)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인격, 성품, 섭리를 ‘아하!’하면서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다가온 말씀을 내 자신의 삶에 적용해야 합니다.

     

    Q. 그렇다면 목사님께 독서란 한 마디로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제게 독서란 배움입니다. 예수 믿는 사람은 평생 배우는 사람이에요. 예배와 기도, 성경공부가 모두 배움의 연장이며,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축복이지요. 배움에는 반복과 호기심을 지닌 질문이 필요합니다. 특히 질문하는 것만큼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질문이 중요합니다. 배우려고 던지는 모든 질문은 좋은 질문입니다. 이런 좋은 질문이 독서에서 나오지요.

     

    Q 목사님께서는 예수님을 통해서 세상을 새롭게 이해하고 해석하실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은 간혹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악한 곳으로 보고 교회를 선한 곳으로 보기 쉬운데, 목사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세상을 달리 보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진면목을 알게 하는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이 있는지요?

    예수님을 가장 잘 나타내는 책은 복음서입니다. 예수님의 위대하심과 영광을 보고 싶다면 요한복음을,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의 길을 보고 싶다면 마가복음을, 사랑과 치유의 예수님, 연약한 자와 함께 하시는 예수님을 만나고 싶다면 누가복음을, 구약의 전통 속에서 약속을 성취해 가시는 그리스도를 보고 싶다면 마태복음을 읽으면 됩니다.

    예수님을 다룬 일반 책으로는, 오래된 책이지만 윌리엄 바클레이의 『예수님의 생애』가 좋습니다. 신학적인 의미가 가미된 필립 얀시의 『내가 알지 못했던 예수』도 복음서의 보조교재로 도움을 줄 것입니다.

     

    Q. 성도들이 읽을 만한 신앙서적과 일반서적을 추천해주십시오.

    김진홍 목사님이 쓴 『새벽을 깨우리로다』는 나온 지 오래되었지만 신앙의 여정이 담겨 있는 책입니다. 유기성 목사님의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사람』도 실존과 의미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신학적의미와 정체성을 함께 표현한 책으로 오스 기니스의 『소명』이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위치를 되돌아 볼 수 있게 하는 책입니다.

    저는 광고 카피를 설교의 제목처럼 유의해서 보는 편이라서 박웅현, 강창래의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제목이 재미있는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라는 남인숙의 책은 남자의 심리를 잘 그리고 있어서 남녀 모두에게, 특히 부부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설교를 준비하면서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보았습니다. 이 책은 자본주의 경제 속에서 돈보다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좋은 책입니다. 5년 전쯤 도움을 받은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은 이성적 사고를 뛰어넘는 직관적이며 예술적 사고를 다루고 있는데, 사고의 범위를 확대시켜 주고, 가르치는 훈련과 사고의 능력을 키워주는 책입니다.

     

    Q. 일반서적을 읽다보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떤 관점으로 책을 읽어야 할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어떤 관점으로 책을 읽어야 할까요?

    성경적으로 독서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하나님의 마음과 함께 인간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요즘 일반 독자들은 불교와 불경은 인문학적 소양의 바탕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성경이 인문학의 기초라는 것은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불경은 인문학 친화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성경이 인문학과 밀접하다는 것은 생소하게 여겨지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성경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을 잘 알려주는 책입니다. 서양의 인문학의 기초가 성경에서 나온 것이지요. 종교개혁 당시 유명한 두 인물이 있었습니다. 인문학자인 에라스무스와 종교개혁자인 마틴 루터입니다. 이들이 동시에 주장했던 것은 ‘아드 폰테스’(Ad Fontes), 즉 ‘원천을 향해’ 입니다. 에라스무스가 말한 원천은 철학의 원천인 헬라철학이었고, 루터가 말한 원천은 성경말씀입니다. 성경이 바로 원천과 본질을 드러낸 책이지요. 그 원천이란 신앙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인문학이 인간의 본질과 위기를 질문한다면, 성경도 인간의 본질과 고민과 절망을 담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하나님을 아는 동시에 인간도 아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은혜 받았다고 하는 사람 중에 사람들에게 악을 행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기독교의 복음이 인간학을 잃어버리고 곧바로 하나님에게로 수직상승한다면 이것은 은혜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피조물인 인간을 잃어버리지 않고, 인간에게 있는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해 우리는 책을 읽습니다.

     

    Q. 지난 8월 15일 청년부 수련회에서 목사님과 함께 하는 북콘서트가 있었고, 10월부터 매달 젊은 친구들과 함께 작은 책 읽는 모임을 시작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적지 않은 청년들이 그 모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젊은이들과 대화하는 것이 즐거워요. 책을 함께 읽는 것뿐 아니라 사진이나 영상, 그림, 음악 등을 함께 누리고 대화하고 질문하는 입체적인 시간을 만들려고 합니다.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는지, 그리스도인이라면 어떻게 책을 읽고, 어떻게 문화를 해석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창조의 하나님이십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세계를 만드신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을 나누고, 감사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 1. 삶을 바꾼 책, 그리스도인을 위한 고전

    디트리히 본회퍼, 『나를 따르라』 (대한기독교서회)
    제자됨의 가치와 의미를 설명하고, 산상수훈(마태복음 5-7장)을 신학적으로 해석한 설교집.

    어거스틴, 『고백록』 (대한기독교서회)
    더할 나위 없이 진솔한 책. 그러나 인간의 죄와 하나님의 뜻, 삶의 의미를 깊이 있게 성찰한 책.


    2. 예수님을 생각하는 책

    윌리엄 바클레이, 『예수님의 생애』 (쿰란출판사)
    예수님의 생애를 한눈에 조망해 볼 수 있는 책.

    필립 얀시, 『내가 알지 못했던 예수』 (요단)
    예수님의 생애와 사역을 자세하게 조명하여 예수님의 가르침, 기적, 죽음, 부활을 새롭게 이해하도록 돕는 책.


    3. 예수님을 더 깊이 사랑하도록 돕는 책_신앙서적

    김진홍, 『새벽을 깨우리로다』 (홍성사)
    두레교회 김진홍 목사의 빈민선교 이야기, 방황과 좌절 끝에 예수님을 온 몸 바쳐 사랑했던 목회자의 진솔한 고백서

    유기성,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사람』 (규장)
    그리스도인의 가장 복된 경험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서 죽는 것. 십자가의 능력을 믿는 믿음이야 말로 하나님의 은혜와 참된 자유를 누리는 길임을 깨우쳐 준다.

    오스 기니스, 『소명』 (IVP)
    청소년부터 황혼을 바라보는 노년까지, 하나님의 부르심을 가르쳐주는 책. 삶의 목적을 찾고 삶의 만족을 누리는 방법을 담고 있다.


    4. 가치 있는 삶과 창의적 사고로 안내하는 책_일반서적

    박웅현, 강창래,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알마)
    광고라는 도구로 창의성을 생각하기. 인문학적 소양이 창의성의 비밀임을 밝힌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셸 루트번스타인, 『생각의 탄생』 (에코의서재)
    천재들의 창작 경험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 천재들의 발상법을 가르치고, 창조성을 발휘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남인숙,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자음과모음)
    여자와 남자의 해프닝이 왜 일어날 수밖에 없는지. 남자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남자들과의 일화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와이즈베리)
    시장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말한다.


정리

소망의말씀나눔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