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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치기 댓글[0]
시와 그림 (2005-12-21 오후 4:38:32) http://blog.somang.net/koenonia/2088

겨울 포도나무를 가위로 자르면

겨울잠을 자는 새가 떨어진다

가지끝에 달빛을 올린

새의 집, 그 새의

휴식처를 땅바닥에 팽게친다

그런 날은 나도 하늘도

몹씨 아프고 쑤신다

하늘을 보니 일그러진 하늘

쭈글쭈글 오므라든 가지여,

또 눈이다

눈이 온다. 땅에 흰눈이 덮힌다

새의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새와 달빛과 별빛들

흔적들이 사라진 빈 들판에 서서

헛가위질만 계속했다

 

                              - 류 기 봉 -

 

나뭇가지 하나도 새의 거처인줄 알고

빈 가지 하나 치는것도 머뭇거리는 농부의 마음

흰눈이 내리고 바람이 쓸고 간 들판 조차 뭇 생명들의 길목임을

알고 헛가위질만 하는 시인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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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있음에 댓글[0]
시와 그림 (2005-12-15 오후 7:30:54) http://blog.somang.net/koenonia/2072

                                늪              

 

                                                     오 태 환

 

다슬기 다슬다슬 물풀을 갉고 난 뒤

졎몽우리 생겨 젖앓이 하듯 하얀 연 몽우리

두근두근 돋고 난 뒤

소금쟁이 한쌍 가갸거겨 가갸거겨

순 草書로 물낯을 쓰고 난 뒤

아침날빛도 따라서 반짝반짝 물낯을 쓰고 난 뒤

검정물방개 딋다리를 저어 화살촉같이 쏘고 난 뒤

그 옆에 짚오리 같은 게아재비가

아재비아재비 하며 부들 틈새에 서리고 난 뒤

물장군도 물자라도 지네들끼리

물비린내 자글자글 산란하고 난 뒤

버들치도 올챙이도 요리조리 아가미

발딱이며 해찰하고 난 뒤

명주실잠자리 대롱대롱 교미하고 난 뒤

해무리 환하게 걸고 해무리처럼 교미하고 난 뒤

기슭어귀 물달개비 물빛 꽃잎들이

떼로 찌글어지고 난 뒤

螺銓(나전)같은 풀이슬 한 방울 퐁당

떨어져 맨하늘이 부르르르 소름끼치고 난 뒤

민숭달팽이 함초롬히 털며 긴 돌그늘, 얼핏

아주 쬐끄만, 고요가 어슴푸레 눈을 켜고 난 뒤

 

 

  -   이제 저 늪도 꽁꽁 얼어 고요만 남았겠지만

      그러나 모든 아름다운 생명에게 끝나지 않는 '뒤'가

      있겟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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