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서거 관련 주일예배 표정
서울 정동제일교회(사진) 성도들은 24일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지나야 했다. 이 날은 감리교회의 웨슬리 회심 271주년 기념주일이었다. 분향소 앞에는 수백명의 조문객이 줄지어 서 있었고, 도로에는 경찰버스가 2중으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었다. 전투경찰이 분향소 주변을 둘러쌓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예배가 시작됐다. 3부예배에서 조희은 장로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불행한 사태에 온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며 “좌절과 분노를 넘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온 국민이 아픔을 나누는 성숙함이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자 회중에서 ‘아멘’ 소리가 터져나왔다.
송기성 목사는 설교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두번이나 언급하면서 “국가적인 큰 시련과 고통, 비통과 슬픔을 우리 모두 겪고 있다”며 “이 민족이 아픔을 딛고 새로운 역사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자”고 말했다.
정동제일교회 주변에서는 분향소를 찾았던 사람들이 고함을 지르거나 주저 앉아 울고 있었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분향소를 찾은 듯 성경을 들고 있는 시민들도 있었다. 조문 행렬은 수천명으로 불어나 있었고, 분향소 한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탄핵 소추’ 서명을 받고 있었다.
바로 옆의 성공회 대성당에선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말씀이 선포됐다. 이현우 신부는 “하나가 된다는 것은 운명공동체가 된다는 것”이라며 “성령의 도우심으로 하나가 되자”고 호소했다. 서울 동부이촌동 온누리교회 라준석 목사도 “마음이 찹찹하다”며 “이제는 투쟁과 분열이 아니라 화해와 일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설교했다. 라 목사는 “어린아이에서부터 모든 국민에 이르기까지 희망과 꿈을 갖고 살아가도록 기도해야 한다”며 “기독교인들이 앞장서서 나라와 민족의 아픔을 끌어안고 서로의 죄를 용서하고 사랑이 넘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는 예배 시간 중에 노 전 대통령의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정현 목사는 기도 중에 눈물을 흘렸고 설교 중에 간간이 목이 잠겼다.
이명박 대통령의 출석교회인 서울 신사동 소망교회의 이날 설교 제목은 ‘실패와 회복’이었다. 김지철 목사는 “이 시대가 가진 죽음의 영, 미움과 분노의 영을 사랑과 용서의 영으로 바꿔가자”고 호소했다. 그는 “누구나 인생에 실수와 실패가 있을 수 있고 조롱을 받을 수도 있지만 거기서 패배해선 안된다”며 “과거를 후회하는데 그치지 않고 하나님 앞에 회개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인생에 실패한 이들과 좌절한 이들을 위해 찾아오셨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설교 중에는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기도 말미에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애통해하는 가족을 위로하시고, 충격과 비통에 아파하는 이 백성에게 위로와 소망을 주소서”라고 기원했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어제 모두가 안타깝고도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며 “지금은 우리가 영적으로 깨어있을 때이다. 특별히 우리 크리스천이 국가 지도자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충격적인 소식에 성령께서 위로와 평안을 주시길 바란다”고 설교했다. 조용기 원로목사도 설교에서 “대통령을 지내신 분이 그렇게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하루 종일 우울해서 견딜 수 없었다”며 “인간의 한평생 삶은 한 조각 구름에 불과하다. 부귀영광은 잠시 걸치는 것이기에 누구나 벗어 던져야 하기에 우리는 변치않는 예수님만 붙잡고 나아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경기도 성남 할렐루야 교회 김상복 목사는 설교에서 “염려와 모든 무거운 짐을 주님 앞에 내려놓아야 한다”면서 “몸도 마음도 영혼도 안정을 취하고 주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뤄지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살다보면 감당하기 어려운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면서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으로 인식할 때만이 참된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는 “개인 한 사람이 죽는 것도 서글프지만 국가 지도자가 죽는 것도 우리 모두의 관심이고 아픔이다. 더군다나 자결했다는 이야기는 더욱 더 우리 가슴을 어렵게 만든다. 죽음으로 법적인 절차는 종결될 수 있지만 근심도, 걱정도, 분노도, 회한도, 수많은 것이 여전히 남아있다. 죽어 몸이 없어지고 강에 뿌려지고 땅에 묻혔다고 이 땅 역사속에서 없어지지 않는다. 몸이 없어도 역사로, 기억으로, 기록으로, 사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계속 살아간다”며 “한 사람의 죽음 자체를 비난하고 그것을 갖고 논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을 다시 배워야한다”고 말했다.
서울 방화동 큰나무교회 임종수 목사는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비교적 상세히 언급했다. 그는 “일을 수행하다보면 빈틈이 있게 마련이겠지만 노 전 대통령은 소외된 사람들의 편에 있었고 서민 대통령이라 자처할만한 분이었다”면서 “그에 걸맞게 자기의 고향 시골로 돌아갔다. 그런데 끔찍한 아픔을 남기고 갔다. 누가 그렇게 했는가. 우리 정치풍토가 그랬고, 우리의 사회정서가 만든 결과”라고 평가했다. 임 목사는 “넓게 보면 우리를 포함하여 이 시대에 이 땅에서 사는 누구도 이번 일에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9. 5. 24. 국민일보 / 미션라이프 함태경 노희경 김지방 백상현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죽음에서 회개와 화해와 용서를 배우라
하용조 목사(온누리교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한 하용조 온누리교회 목사가 일본에서 1주일에 3차례씩 투석을 하는 등 사선을 넘나드는 고통 중에서도 어렵게 펜을 들어 본보에 애도의 글을 보내왔다.간암 수술을 여섯 차례나 한 그는 지난 30년간 질병과 싸워오면서도 설교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평생 사역과 선교를 위해 살겠다고 고백하고 있다.숱한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도 어김없이 ‘희망’과 ‘사명’을 노래하는 하 목사의 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에서 건강 치료를 받고 있는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먼저 상상하지 못한 충격 속에 있을 그분의 가족과 그분을 따르는 모든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첫째, 화해와 일치를 위한 죽음이 되기를 바란다. 죽음의 문제는 죽은 자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자의 문제로 바뀐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죽은 자는 이미 그가 살아온 대로 하늘에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심판은 바뀌어지지 않는다. 살아온 대로 심판을 받을 뿐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자는 다르다.
그분의 죽음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무슨 결정을 하는가에 따라 민족의 미래와 우리 자신의 미래가 달라진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통해 분노와 원망과 미움을 가지게 되면 모두가 불행해지고 파멸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서로 회개하고 사랑하고 용서하면 화해와 일치를 얻게 된다. 지금 우리 민족에게는 화해와 용서와 회복과 치료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유가 어떤 것이든, 그의 죽음을 헛된 것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둘째, 각자가 회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크게는 화해와 일치이지만 각 개인 특히 정치인에게는 겸허한 회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치란 기술이 아니라 리더십이다. 몸집이 크고 머리가 좋고 목소리가 커야 리더십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리더십은 섬김과 희생과 헌신이다. 정치란 당파 싸움이 아니요, 조직도 아니다. 정치란 권력도 아니요, 대중의 인기도 아니다. 진정한 정치는 비전이요, 용기요, 인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는 이 모든 아이콘들이 숨겨져 있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리더와 리더의 비전, 겸손, 회개가 중요하다.
셋째, 자살의 영을 막아야 한다. 최근 우리 나라에는 자살이 유행처럼, 태풍처럼 몰아치고 있다. 연예인부터 시작하여 국가의 최고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무자비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자살의 영을 막지 아니하면 그것이 전국적으로 유행병처럼 번지게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든지, 자존심이 상처 받았다든지, 인생이 허무하다든지, 깊은 좌절을 당할 경우, 모두가 자살을 선택한다면 과연 누가 살아남아서 비전과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나갈까. 자살의 영 뒤에는 어두운 세력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인생을 살면서 수모를 당하고, 어려움을 겪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끝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실 때까지 어느 누구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는 안 된다. (2009. 5. 24. 국민일보)
‘수치’ 이길 힘은 하나님과의 신뢰
성경학자들이 말하는 고난 극복법
지역주의 타파와 새로운 정치 질서 형성, 남북 화해와 공존을 꿈꿨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결국 자신의 존재 이유였던 정신적 가치가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죽음을 선택했다. 어떤 역사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든 비극을 접하며 국민들은 비통한 충격에 몸살을 겪고 있다. 현 상황에서 신학자들은 욥처럼 심연(深淵)의 고통에서 인격체이신 하나님이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고난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극심한 수치 당했던 욥
노 전 대통령처럼 검찰 수사를 받고 도덕적 파산을 한 것은 아니지만 욥은 많은 재산과 10명의 자녀들을 송두리째 잃고 온몸에 난 종기로 수치를 당했다(욥 1∼2장). 아무런 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고통을 당했던 욥은 "어찌하여 내가 태에서 죽어 나오지 아니하였던가"(욥 3:11)라며 출생을 저주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종교적 상식으로 무장한 친구 엘리바스와 빌닷, 소발, 엘리후로부터 정죄를 당했다. 가족과 측근, 친구까지 수사기관에 불려가야 하는 현실에 자책감과 억울함이 컸을 노 전 대통령처럼 욥도 처음엔 분통을 터뜨리며 자신의 무죄를 항변했다. 그러나 주님의 신성 앞에서 경외심과 믿음을 회복하고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욥 28:28)임을 깨닫게 된다.
권혁승 서울신대 교수(구약학)는 "욥은 현실적으로 닥친 극심한 고통과 전혀 알 수 없는 고통의 이유 때문에 심한 혼돈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에 대한 강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범죄자로 몰고간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어떤 이유로도 자살을 미화시킬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극단적 해결 방법,자살
자살은 극심한 고통을 제거하거나 감소시킬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때 취하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욥은 자살을 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통의 긴 터널을 신앙으로 버틴 후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내가 주께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욥 42:5) 고통 속에서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확인한 것이다.
김윤희 횃불트리니티대학원대학교 교수(구약학)는 "욥은 당시 재산 가족 명예 등 모든 것을 갖고 있다가 하루아침에 잃어버리고 건강까지 악화돼 극심한 수치심을 느꼈던 저주받은 인생이었다"면서 "죽음까지도 갈 수 있었지만 그는 신앙으로 이겨냈으며, 이후 하나님은 모든 것을 원래대로 회복시켜주셨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자부심과 지지 세력이 있었음에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극히 개인적 판단을 내린 것 같다"면서 "주위에 신앙의 사람, 기도의 사람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2009. 5. 24. 국민일보 / 백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