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03 오전 10:42:33)http://blog.somang.net/soohwanl/651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돼 살해된 김선일씨의 영결식으로 이 사건은 이제 마무리되어 가는 듯하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잘못된 여론 형성으로 고인의 희생이 왜곡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살아 돌아올 것만 같았던 김씨의 갑작스런 비보로 온 국민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고, 전국이 애도의 분위기에 둘러싸였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정부에 수십 억원을 요구해 한몫 챙기려 한다" "국립묘지 안장이 될 말이냐" "어머니는 김씨 얼굴을 평생 세 번도 안본 계모다” 등 유족들을 폄훼하는 각종 루머가 인터넷상에 나돌면서 추모의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와 같은 루머는 일부 언론을 통해 정부와 유족의 장례협의 과정을 보상과 국립묘지 안장에 관한 갈등관계로 재생산되며 루머가 사실인 듯 비쳐지기도 했다. 이상에서 보듯 인터넷상 루머가 언론보도로 재생산되고, 네티즌 등을 통해 국립묘지 안장 논란으로 확산되는 등 인터넷이 여론 창출과 의제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년 동남아시아의 사스확산 때도 이와 같은 인터넷을 통한 무분별한 악성 루머의 확산과 여론창출 사례가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사스 공기 전파설'이 진실인양 확산됐고, 일부 언론에서도 재생산됐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이 시위를 벌여 결국 서울의 한 병원이 사스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가 취소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인터넷을 통한 여론의 형성과 의제창출은 2002년 월드컵과 촛불시위 등에서 목도했듯이 강력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여론과 의제 창출은 표현의 자유라는 외연을 확대하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익명성을 무기로 확인되지 않고 걸러지지 않는 뉴스가 유포되는 부정적 효과도 있다. 더구나 인터넷 여론이 언론에 의해 재생산됐을 경우 그 효과는 배가된다.
루머는 언제나 존재해 왔다. 그리고 루머는 궁금증은 꼬리를 무는데 이를 해소할 정보나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기형적으로 자라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인해 루머의 확산은 어느 때보다 빨라졌고 강해졌다. 인터넷 여론 형성이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존재하는 만큼 긍정적 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정적 효과는 최소화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바람직한 여론 형성을 위해 인터넷과 기존 언론이 자신들의 속보성과 심층성의 장단점을 서로 보완해주길 바란다. 감정적으로 치우치기 쉬운 인터넷 여론에 대해 언론의 필터링 강화가 더욱 필요하다. 나아가 우리사회의 성숙함과 건강성이 강화돼 인터넷에 루머가 아닌 건전한 정보가 유통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