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을 수시로 다녔지만 늘 다니던 길로만 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번에는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그냥 따라서 참석했고 가는대로 따라가는 산행이었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잘 다니지 않는 일반코스가 아니라서 혼자서는 좀처럼 거닐기가 어려운 길이었다. 삼십여명의 많은 대원들이 동반하며 험난한 길에서는 서로 잡아주고 밀어주고 땡겨주기도 하면서 쉬엄쉬엄 도란도란 거닐었던 산행이었단다.
기도원길 고향산천 옛날이름 없었건만
흘러나는 풍악들은 변함없이 여전했고
담줄넘어 살금살금 숨죽이며 올라서니
삼각산의 봉우리가 한눈속에 들어왔네
기도빨이 잘들어서 무당골이 생겨났고
음기양기 한데뭉쳐 입술바위 생겨났나
음기서린 새색시와 양기솟는 새신랑이
신랑신부 바우되어 건너에서 지켜보네
미끄럼이 염려되어 곰바우를 비켜서니
그냥가면 아니된다 험한비탈 내려주고
수다떨면 벌금문다 은근슬쩍 공갈치니
달맞이의 아씨들이 조용하게 손을주네
백운산장 막걸리로 갈증들을 달랜후에
인수마님 치마폭을 슬그머니 당겼더니
꽁당꽁당 설레임은 첫날밤의 솜털같고
미끈미끈 촉촉함은 첫사랑의 몸짓같네
길이라도 좋을시구 아니라도 좋을시구
악어능선 아랫길은 너덜너덜 찢어졌고
쉬원찮은 왼쪽다리 어서가라 재촉하니
밤골계곡 맑은물에 아픈다리 담궈보네
달맞이능선을 올라 쉬는데 어느 산우님께서 건네주는 막걸리 한 잔의 시원함은 갈증을 풀어주며 힘을 솟게 하였다. 숨은벽정상, 악어능선안부, 인수봉의 풍만함과 미끈함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느낄 수 있는 기회였고 바로 근교 북한산의 오지산행이었다.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서 리딩대장님은 앞에서 자일을 설치했고 후미대장님은 뒤에서 자일을 회수하면서 진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봉사하시는 산우님들 덕택으로 안전하게 산행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밤골계곡물에서 시원하게 세수하고 족탕을 하며 피곤함을 달래기도 했단다.
La Paloma - Nana Mouskou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