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lassic **
클래식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생각보다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 추억이라는 것은 참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촉매제인 것 같다. 그 영화는 우리 젊은 날의 아름다운 단편을 조심스럽게 들추는 그런 슬프고도 즐거운 영화였다.
사랑의 아픔이라는 것, 그러나 그 아픔중에서도 참으로 아름다웠다는 것… 그것은 그 젊음이라는 시간의 특권이 아닐까? 빗속을 뚫고 그 사람이 날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뻐하며 뛰는 앳된 손예진의 모습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예뻐서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젊은날의 설레임이 뛰는 것만 같아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사람을 사랑할 수도 있다. 그 사랑에 아플수도 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사랑의 존재라는 사실을 느끼는 그 아픈 순간에서조차도… 축복을 받은 존재이다. 우린 누구나 다 그런 설레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다 저 하늘의 무지개가 되어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나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슬픔을 땅에 묻고 일상에 젖어 살고 있지만… 떨어져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은 같은 하늘 아래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할 수 있다. 언젠가 다시 만날거라는 설레임을 안고 말이다.
고등학교 시절, 중학교 시절, 초등학교 시절… 먼 발치에서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만해도 얼굴이 벌개지던 시절… 우리는 그런 추억을 디딤돌로 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 두근거리는 빨간 사과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우연을 더듬어 우리는 필연의 사랑을 이끌어 낸다.
좋아하는 사람이 옆에만 앉아도 부끄러워 도망가던 기억… 친구의 연애편지를 대신 적어 도서관 안에서 종이 비행기 날리던 추억… 그러한 아련한 기억들이 사랑의 파편들을 다시금 조합해낸다. 얼마나 두근댔던지 추억을 되살리는 지금의 내 얼굴에도 그 당시의 두근거림이 전해지는 듯하다. 차가운 밤하늘에 별들을 바라보며 사랑이라는 그 자체에 행복해 하던 때…
사랑은 하나님의 멋진 작품이다. 거장의 조각 작품을 보고 우리가 감탄을 연발하듯이 사람들의 두근거림은 사랑이라는 작품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우리 영혼의 탄식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가에 사랑을 느끼는걸까? 아니, 영혼이 만남은 본디 두근거림일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다. 영혼이 만나는 것…
육신의 사랑, 폭력, 쟁취, 불륜… 이 수많은 왜곡들 가운데서 그 영화는 잠시 쉼을 보여주었다. 그 쉼은 내 안에 생활의 피곤함가운데 지워져있던 두근거림을 되살려 놓았다. 사랑에 대한 두근거림… 순수한 느낌… 황순원의 소나기를 보면서 중학교때 느꼈던 두근거림처럼…
내가 사랑을 알고 있다면, 설사 그 사랑이 날 할퀴고 아프게 할지라도,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슬픈 결말을 지니고 있을지라도 감사해야 할 것은…. 인간은 그 두근거림으로 인해 언젠가 서로를 만날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그대 만일 두근거리고 있다면… 그대는 사랑받는 자이다.
Rodem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