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05년 11월 28일 저녁 6시 한국여신학자협의회의 2005년 후원의 밤에 참석하였습니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는 줄여서 "여신협"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여성 목회자나 교수 등 여성으로서 신학을 하신 분들이 중심이 된 모임이라고 합니다. 올해 아내가 여신협에서 주관하는 황완아카데미에 참석하고 이번 행사에 초청을 받았기에 같이 다녀온 것입니다.
행사장에서 등록하고 순서지를 받아보니 "2005년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양성평등 공동체를 위한 후원의 밤"이라는 제목하에 소제목으로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다! (- Don't Think as a Man and a Woman!)”라는 케치플레이즈를 내걸고 있었습니다. 제목만 보아도 여성의 억센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우위 시대” 또는 “고개 숙인 남성시대”라는 이야기를 흔히 듣는 이때 아직도 양성의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에 잠시 의구심을 가져 보기도 하였지만, 아직도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 가장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여 가출하는 어린이, 싱글마더 등에 대한 기사를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을 기억하면 이들의 절규에 분명히 이유가 있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수백 년을 이어 내려온 남존여비의 유교사상이 하루아침에 허물어진다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순진한 생각일지도 모를 터이니까요.
모인 분들은 주로 여성분들이었고 드문드문 남성들이 보였는데, 20대와 30대의 젊은 분들도 있었지만 연로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70년대에 운동권 목사님으로 널리 알려진 박형규 목사님도 참석하셨고 여성 운동권의 대모였다는 조화순 목사님도 참석하셨는데 벌써 머리가 희고 연세가 드신 모습이었습니다.
여신협에 대한 소개에 이어 장신대 여성중창단의 찬양과 감신대 교수님들로 구성된 중창단이 독일 민요 “소나무야” 등을 불러 주었고, 록음악과 민영진 교수님의 마술시범 등이 이어졌는데 솔직히 여기까지는 그저 그렇다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이어서 문화령 님의 설장구춤의 공연부터 흥이 일기 시작하였습니다. 장고를 등에 지고 가락에 맞추어 더덩실 춤을 추는 모습이 흥겨웠고 장고를 앞뒤로 돌려가며 두드리는 모습이 예사 솜씨가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실내악과 독창 등 몇 순서를 더 하고 나자 한복을 입으신 조화순 목사님이 무대로 불쑥 올라오시더니 팔을 벌리고 아리랑에 맞추어 춤을 추시고 박형규 목사님도 불려나와 같이 춤을 추셨습니다. 목사님들이 우리 가락에 맞추어 춤을 추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였지만 참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텔레비전에서 흑인들이 교회에서 열정적으로 춤을 추며 찬양하는 모습을 감명 깊게 본 적이 있는데 오늘도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1부 순서가 끝나고 식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노래자랑 시간이 있었는데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나오신 분들이 성가나 복음성가를 부르는 것이 아니고 외국가요 “제비”,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 나미가 불렀다고 하는 “슬픈 인연”,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 등 대중가요를 거침없이 부르는 모습을 보고 놀랐습니다. 황보연님이 마지막 휘날네를 장식하였는데 장고소리에 맞추어 우리민요 “닐리리야”, “뱃노래”를 부르자 흥이 고조되면서 모두들 신바람이 나서 같이 춤을 추면서 어울렸습니다.
이렇게 우리 가요와 민요를 부르면서도 하나님을 찬양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 신선하고 아름다운 충격이었습니다. 우리도 종종 우리가요나 민요를 부르며 맘껏 즐기면서도 하나님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는 생활을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 고유의 가락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많이 지어 흥겹게 찬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하나님도 이런 모습을 참 좋아하실 것입니다.
고된 생활 속에서도 인동초 처럼 살아남아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하나님을 지극히 사랑하는 여신도협의회에 파이팅을 보냅니다.
11-28-05
아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