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게 되셨을 때 많은 민중들이 기쁨으로 맞이하며 환호하고 열광했습니다. 기다리던 메시아가 왔다고 하나님을 찬양하면서 종려나무를 높이 들고 겉옷을 벗어서 예수님을 반가이 맞이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예수님을 맞는 태도는 마지막 순간에 아주 분명하게 두 가지로 나타납니다.
주님을 열광적으로 기뻐하는 민중들이 있는가 하면 또한 그 반대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이것은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을 만나고 인격적으로 부딪치면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납니다. ‘내가 예수님을 사랑합니다. 예수님은 나의 주님이십니다. 내가 내 인생을 주님께 드림으로 주님과 더불어 나의 인생을 살아가겠습니다.’하고 주님을 사랑하는 고백으로 삶을 바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는 당신과 상관이 없어! 당신은 내 인생에 들어 올 수가 없어!’하고 예수님을 거부하고 멀리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2000년 전 종교 지도자들인 바리새인과 서기관, 사두개인들은 예수님을 거부하고 멀리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나님을 모욕하는 신성모독자로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종교 지도자들만 그러했을까요? 아닙니다. 정치 지도자인 빌라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빌라도는 로마총독으로 주후 26-36년까지 팔레스틴을 다스렸던 정치적인 지도자였습니다. 그래서 유월절 전후마다 일어나는 폭동과 반란에 대해서 노심초사(勞心焦思)하던 정치적인 인물입니다. 종교적인 폭동이 일어나면 안 되기에 유대인 지도자들의 요구를 들어주었던 사람입니다. 그의 성품은 기회주의적이며 유약하고 동시에 잔인한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명백한 줏대가 없고 주위환경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성품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앙고백을 하면서 역사적인 인물인 빌라도의 이름을 불러 이렇게 고백합니다.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본디오 빌라도는 수많은 기독교 신자들이 이처럼 반복적으로 고백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빌라도는 처음에는 예수님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던 것처럼 보여 집니다. 그는 예수님을 직접 만나 질문합니다.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 도대체 네가 말하는 진리가 무엇이냐?”
빌라도는 어떤 면으로는 구도자처럼 보여 집니다. 왜냐하면 진리를 사모하고 진리를 향해서 물으며 자신의 삶을 보낸 많은 구도자들이 갖고 있었던 질문을 똑같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습니다.
여러분의 젊었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중?고등학교, 대학?청년 시절에 우리의 마음속에 진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이 있었습니다. 발견하기만 하면 인생 전체를 그 진리에 투자하고 싶은 열정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진리를 위해서라면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을 만큼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봅니다.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을 만나는 선생님들이나 학생선교를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요즘 젊은이들은 진리에 대해서 묻기보다는 어떤 것이 더 편안하고 즐거움을 주는지에 더 많은 관심들이 있다고 합니다. 진리보다는 오히려 현실적인 부와 편안함이 그들의 관심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른인 우리들이 바뀌어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가 갖고 있던 열정, 진리에 대한 사모함이 아직까지 우리들에게 있습니까?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너무나 현실적인 인간이 되었습니다. 진리보다는 편안한 삶이 더 좋게 여겨져 진리를 사모하기 보다는 현실적인 부와 재물이 사모함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진리를 위해서 생명을 내놓기보다는 세상의 명예와 권력의 추구가 삶의 본질로 변화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빌라도를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빌라도는 어떻게 그런 일을 했을까? 진리를 앞에 놓고 어떻게 진리를 깨닫지 못했을까? 그 마음에 예수님이 누구인지 더 깊이 알려는 요청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 속에 빌라도의 모습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내 안에 빌라도처럼 비겁함과 무관심한 모습이 있습니다. 진리를 따라가면서도 그 진리에 내 생애와 사랑을 바칠 마음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 진리를 앞에 놓고서도 진리가 무엇이냐고 묻는 무지함과 어리석음이 있습니다.
왜 빌라도는 진리 앞에서 진리를 바르게 깨닫지 못했을까요?
첫째로 빌라도는 세속적인 성공주의자였기 때문입니다. 그가 볼 때 세상의 권력자 앞에 붙잡혀온 예수님은 너무 초라하게 고발당한 무력한 존재였습니다. 빌라도는 예수님에게서 위험과 당당함을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마치 두 날개가 부러진 새처럼 형편없어 보였습니다. 예수님에게 보여 지는 것은 단지 힘과 권력과 모든 풍요가 사라진 초라함이었습니다. 빌라도에게 진리란 돈과 명예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서 빌라도와 같은 생각을 한 적은 없습니까? 외형적인 것, 규모가 큰 것만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지는 않습니까? 사람을 평가할 때도 그가 갖고 있는 경제력과 권력의 힘으로, 학력과 명예로 판단하고 있지 않습니까? 교회조차도 큰 건물을 갖고 있는 교회를 성공한 교회로 평가하고 있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교회가 성공한 교회입니까? 교회에 모이는 사람의 숫자가 중요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한 사람 한 사람입니다.
목회자가 되면서 단에 오를 때마다 숫자에 대한 관심이 생깁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예배를 드리러 올까? 오늘 등록한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이런 것이 알게 모르게 목회자의 첫 번째 관심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하나님 앞에 머리 숙여 더 중요한 것을 물으며 묵상합니다.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진리를 바르게 선포하고 있습니까? 교인들의 마음에 하나님의 말씀이 충격적인 도전으로 다가오게 하옵소서. 생명과 진리의 복음이 가슴 깊숙하게 새겨지게 하옵소서. 예수님이 성도들의 주인이 되셔서 성도들의 삶이 변화되게 하옵소서.’
외형적인 모습, 돈을 버는 것, 권력을 차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인생의 목적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바르게 아는 것, 예수님의 진리를 바르게 아는 것, 이 땅 위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고 다시 하나님께 드리는 역사가 진정한 의미의 성공입니다. 빌라도는 세속적 성공주의에 붙잡혀서 진리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는 오히려 힘이 없는 것 같아 보이는 예수님에게 진리가 무엇이냐고 질문하며 진리를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빌라도는 냉소적인 회의주의자였기 때문입니다. 그가 ‘진리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마치 구도자처럼 보였지만 그는 질문만 던져놓고 전혀 예수님에게 들을 생각을 하지 않고 예수님과의 대화를 단절시킵니다. 그가 묻는 진리가 무엇이냐는 질문 속에는 이런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예수, 네가 무엇을 알아? 네가 무엇을 할 수 있어!’
그는 예수님을 비웃는 마음으로 진리가 무엇이냐고 질문하고 있습니다.
“예수! 네 모습이 너를 증거 해! 네가 진리야? 웃기는 소리야! 너에게는 진리의 면이 없어!”
그는 아예 예수님을 들여다 볼 의도조차 없이 조롱하고 있습니다. 접근할 의도조차 없이 비웃고 있습니다. 툭 한번 건드려 문제를 터뜨리기만 할 뿐입니다. 전혀 책임질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의 태도에서 제일 나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냉소주의입니다. 냉소주의에는 파괴만 있을 뿐 생산성이 없습니다. 부수는 것만 있을 뿐 건설은 없습니다. 냉소주의에 빠지면 따뜻한 위로는 사라지고, 조롱하고 업신여기는 마음만 생겨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냉소하는 사람도 죽게 되고, 그것을 받는 사람도 고통스러운 상처를 받게 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 한국 사회가 지금 심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념적 갈등과 투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서로 말하려 하지 않습니다. 얼굴을 맞대려고 하지 않습니다. 만연된 냉소주의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습니다. 회의주의가 서로의 가슴에 상처를 내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정치와 사회, 교육과 종교의 지도자들이 냉소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한번 냉소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일어나는 반복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현실적인 비극입니다.
가정에서 아내가 혹 잘못했다 할지라도 비웃지 마세요! 조롱하지 마세요! 남편이 실수했다 할지라도 조소하지 마세요! 남편의 인격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냉소주의적 회의주의에 붙잡힌 빌라도는 예수님을 직접 목격하고 예수님과 대화하고 진리 앞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세 번째로 빌라도는 진리를 오해했기 때문입니다. 진리란 머리로 이해하는 진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인격으로 다가오시는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진리는 교리가 아닙니다. 이념적인 도그마(dogma)가 아닙니다. 예수님 자신이 인격이기 때문에 인격은 인격으로 만나야 합니다. 가슴의 열정으로, 마음의 열정으로 만나야 참다운 만남과 깨달음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예수님이 요한복음 14장 6절에 말씀하십니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요한복음 8장 31-32절에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내 말에 거하면 참으로 내 제자가 되고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예수님께서 “내가 길이다. 진리다. 내가 생명이다.”라고 하신 말씀은 빌라도의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인격이신 예수님을 만나 그 분을 마음속으로부터 품는 모습이 빌라도에게는 없었습니다. 그는 진리가 무엇이냐고 묻고 나서는 예수님이 대답하기 전에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유대인과 유대인들의 지도자를 만나면서 예수님을 넘겨주고 채찍질하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을 것을 허용했습니다. 빌라도는 비겁했습니다. 그는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말씀을 들으면서 마음속에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빌라도가 갖고 있는 문제가 무엇일까요? 진리를 알면 진리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자기 지위를 걸만한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내가 그를 인격적으로 만날 각오와 사랑을 쏟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그런 용기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하나의 사건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이 진리이신 인격이기에 그 분을 만나면 사랑을 깨닫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 때문에 인격의 깊이를 알게 되고, 진리의 놀라움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예수님을 사랑하십니까? 마음속에 전심으로 사랑해 보셨습니까? 예수님이 나의 구주이신 것이 세상에 어떤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나의 전체를 드려 보신 적이 있습니까? 그래야 예수님을 알게 되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예수님의 은혜의 역사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우리의 피부로 깨닫게 됩니다.
성 어거스틴은 수없이 많은 밤낮을 이런 질문을 하며 보냈습니다.
“진리가 무엇입니까? 예수님이 진리입니까?”
그는 젊을 때에 방탕하면서 질문했습니다.
“하나님은 누구인가? 하나님은 어떤 분인가?”
그토록 방황하다가 결국 예수 그리스도를 마음속에 사랑하므로 깨닫게 되고, 나이 서른이 되어서 하나님을 만나 사랑의 고백을 하게 됩니다. 그의 열정이 담겨진 애타는 마음으로 하는 고백이 『고백록』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오! 진리여, 너무 늦게야 님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오랜, 이렇듯 새로운 아름다운이시여!
늦게야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서른이 넘어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에 후회가 있었습니다. ‘내가 더 일찍 사랑할 걸! 주님께 더 열심히 내 마음을 드려서, 내 사랑을 드려서, 내 시간을 드려서,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드려서 주님을 사랑한 걸.’
너무 늦었다는 탄식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것은 주님을 더 사랑하고 싶고, 더 충성하고 싶고, 더 헌신하고 싶어 하는 사랑의 고백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예수님의 진리가 우리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이런 말을 합니다.
“진리란! 내 손아귀에 붙드는 식으로는 절대 찾을 수가 없다. 거꾸로 진리가 나를 붙들게 해야 진리를 얻게 된다.”
그는 인격적인 진리의 만남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랑으로 알아가는 진리는 머리로 이해되는 것이 아닙니다. 가슴으로 품고 가슴으로 껴안아야 깨닫게 되는 진리입니다. 외우는 진리가 아닙니다. 암송해서 얻게 되는 진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깊은 곳에 새겨놓는 영적인 진리입니다. 우리가 진리를 만나고 그 진리대로 살아가게 되려면 진리에 대한 대가가 있어야 합니다. 시간과 생명, 사랑과 열정을 내놓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진리 앞에 뜨거움을 갖고 살아계신 예수님의 만나게 되면 세상이 주지 못하는 평안을 세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생명의 역사를 세상의 어떤 근심과 두려움으로부터도 자유하는 진정한 자유의 은총을 마음속에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머리로 예수님을 알려고 하지 말고, 가슴의 사랑과 인격으로 주님의 말씀 앞에 들어와서 순종해야 합니다. 그때 주님께서 우리들의 삶에 참여해 주실 것입니다.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실 것입니다. 우리 속의 하나님의 사랑의 은총을 경험하게 해 주실 것입니다. ‘나는 자유자다. 나는 진리 안에 서 있는 사람이다. 나는 생명을 갖은 사람이다.’라고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시고 끌어주실 것입니다.
- 기도 -
하나님 아버지, 우리는 머리로 주님을 따라가려고 할 때도 있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냉소적으로 보면서 저 뒤에서 머무를 때가 많았습니다. 우리를 용서하시고, 주님의 인격을 가슴으로 품게 하소서. 주님의 사랑이 내 사랑으로 응답하게 하시고, 진리이신 주님을 우리의 마음속에 품고 감격하며 살아가는 복된 믿음의 사람들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날짜 : 2006. 04.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