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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히틀러가 나치 독재정권을 세우고 나서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백성들에게 역설했을 때, 독일 국민들은 환호했습니다. 그는 이에 힘입어 세계 제2차 대전을 일으킵니다. 그때 교회마저 히틀러의 힘에 억눌려 침묵을 합니다. 더 비겁한 것은 교회가 히틀러를 독일의 메시아, 독일의 구세주로 추앙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때 히틀러에게 직접 저항했던 한 젊은 목사, 신학자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디트리히 본 회퍼’입니다. 그는 진리 앞에 침묵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교회가 값싼 은혜, 싸구려 은혜에 깊이 빠져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은혜를 값싸게 보는 우리의 견해는 교회의 대 원수임을 알아야 한다. 은혜는 홀로 무엇이나 원만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다른 것은 모두 옛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도 좋다.”
이것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은혜는 모든 것을 다 포용하기 때문에 자신은 옛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서 은혜를 예찬하는 것은 값싼 은혜라는 것입니다. 순종 없는 은혜, 십자가 없는 은혜,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무시한 은혜는 값싼 싸구려 은혜라고 지적해주고 있습니다.
목회를 하면서 늘 마음속에 고민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목회의 방향과 태도가 올바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정말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목회, 하나님이 주시는 놀라운 은혜를 바르게 증거 하는 목회를 하고 있는가? 아니면 하나님의 은혜를 값싼 은혜, 싸구려 은혜로 바꾸는 것을 교회현장에 놔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과거 본회퍼 시대에는 너무 정치적 세력이 강해서 그 앞에서 진리를 선포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또 다른 면으로 값싼 은혜를 이 시대에 증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돈과 재물이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은혜를 선포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입니다. 본 회퍼는 더 구체적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값싼 은혜란 회개를 요구하지 않고 용서에 대해서 설교하는 것이다. 너는 다 용서받았다. 사람이 회개하고 자기 죄악에 대해서 통분해 하지 않는데 그냥 너무 빨리 죄의 용서를 선포하는 것은 싸구려 은혜다.”
개인적인 삶에서의 죄의 고백이 되어야 하는데, 개별적으로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하나님께 고백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한꺼번에 죄 용서를 받는 사죄의 은총은 값싼 은혜라고 지적합니다.
세례 받는 것은 마음속에 내가 주인인 상태에서 예수님이 주인이 되는 내면적인 혁명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세례를 훈련 없이, 가르침 없이 너무 쉽게 주는 것도 값싼 은혜라고 말합니다.
신앙고백이 없는 성찬식,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는 기쁨이 없이 떡을 떼고 잔을 나누는 성찬식을 행하는 것도 싸구려 은혜를 가진 교회의 모습이라고 지적합니다. 제자도가 없는 은혜, 십자가가 없는 은혜, 살아계시고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없는 은혜를 값싼 은혜가 된 것이라고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은혜는 참 소중합니다. 기독교에서 은혜를 빼면 사실은 남는 것이 없습니다. 기독교와 다른 종교가 결정적이고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면 기독교는 은혜를 이야기하는 종교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죄악이 아무리 깊고 잘못되었어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 앞에 서게 되면 우리의 죄가 주홍같이 붉을지라도 흰 눈같이 바뀌는 것이 바로 은혜입니다. 그러나 이 은혜가 내가 갖고 있는 죄와 완악함과 사악함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너무 빨리 용서를 받게 될 때, 우리들은 값싼 은혜의 잘못된 모습을 취하게 됩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만드시고 후회하시며 탄식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대할 때마다 걱정과 근심이 있으셨습니다. 이런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에게 두 가지를 보여주고 싶어 하십니다. 하나는 하나님의 거룩하심입니다.
“나는 죄를 용납할 수 없다.”
창조주 하나님은 피조물 인간에게 모욕을 당하고 거부당하는 하나님이 아니십니다. 하나님이 인간의 악행과 횡포를 참는 것은 기다리심이지, 무능하시기 때문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죄를 징계하시고, 심판하시기 원하십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이 땅 위에 드러내기를 원하십니다. 그러나 자유를 얻은 인간은 하나님이 그에게 준 자유를 마음대로 사용하여 하나님 앞에 돌아오는 것을 거절합니다. 그때 바로 하나님은 ‘이 선악과를 먹으면 죽으리라!’고 하신 말씀을 실행하지 않고 지체하시며 유보하십니다. 수없이 많은 자녀들이 태어나면서도 악이 더 번성하고 주님 앞에 돌아오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은 죄의 징계에 대한 유보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확인하십니다. 그리고 이제 지상에 있는 모든 피조물을 다 쓸어버리고, 인간을 멸망시키겠다고 결단하십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거룩하시고 죄와는 상관이 없는 분이신데 하나님의 거룩성이 모독되고 인간이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모든 인간을 다 쓸어버리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또 인간을 보호해 주고 싶으셨습니다. 하나님은 거룩함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만드신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시는가? 얼마나 구원하기 원하시는가?’하는 하나님의 사랑하심입니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은 어느 순간에도 인간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신 적이 없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이 도망갈 때마다 인간을 추적하십니다.
“인간아! 어디로 가느냐? 내게로 와라!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내 앞으로 다시 돌아와라!”
탕자를 끊임없이 기다리던 아버지처럼 하나님은 우리를 찾으시고 우리를 사랑하시기 위해서 다가오시는 분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거룩성과 동시에 사랑의 위대하심을 보여주시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향해 기다리시고, 기다리시다가 끝내 마지막 심판을 행하시면서 새로운 구원의 길을 열어주십니다. 그동안의 구원의 길은 율법의 길, 행위를 통한 길이었습니다. ‘네가 이것을 따먹지 않으면 구원을 받을 것이다’라는 율법의 길이었습니다. 율법이란 ‘You should! 너는 반드시 이렇게 해야 된다, 너는 이것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이 강박관념처럼 다가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은혜의 새로운 길이란 그런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먼저 일하십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서 주도권을 주시고 ‘너는 내가 한 일에 함께 동참하기만 하면 된다! 너는 나를 통해서 하는 일에 함께 경험하기만 하면 된다. 이제는 억압과 강박관념이 아니라 즐거움과 기쁨, 자원하는 마음으로 내 길에 동참하라’고 가르쳐 주십니다.
그렇다면 율법으로 사는 인생과 은혜로 사는 인생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율법은 수고하고 애쓰며 업적과 공로를 향해서 나갑니다. 목표가 나의 업적과 공로이기에 목표와 비슷하게 이루어지면 자기를 자랑하고 교만해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되지 않으면 곧 죄책감 속에 자기를 억누르게 됩니다. 그렇지만 은혜의 길의 목표는 업적과 공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위해서 나아가기에 하나님께서 만드신 일에 동참할 뿐입니다.
8절 말씀에 “그러나 노아는 여호와께 은혜를 입었더라.”고 합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들을 다 죽이고, 심판하겠다고 말씀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접속사 ‘그러나’가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너를 통해서 새 길을 열겠다.’ 이것은 은혜의 길입니다. 하나님이 주도권을 가지고 먼저 찾아가 세우시겠다는 말씀입니다.
성경에는 노아가 온전한 자라고 기록하는데, 이것은 결코 도덕적인 의미가 아닙니다. 윤리적인 의미에 있어서 모범자라는 뜻도 아닙니다. 오히려 이것은 하나님께서 먼저 그에게 다가오셨을 때, 그가 하나님의 말씀 앞에 마음을 열었다는 뜻입니다. 그는 하나님을 사랑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인생에 가장 소중한 목표로 삼고 그 일을 하겠다는 의미에서의 온전한 자가 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뙤약볕에 방주를 짓는다, 비도 오지 않는데 앞으로 홍수가 날 것이다, 방주를 짓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그를 조롱합니다. 바닷가도 아닌 산기슭에 방주를 지을 때 사람들은 그를 더더욱 조롱합니다.
“미쳤느냐! 이 이상한 늙은이를 봐라!”
그러나 그는 조롱과 비난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묵묵히 방주를 만들었습니다.
은혜를 받게 되면 때로는 우리의 인생을 홀로 갈 때도 있습니다.
예수를 처음 믿을 때, 친구들이 여러분을 향해 조롱하지 않았습니까?
“야! 너 왜 예수를 믿느냐? 할일이 없어서 예수를 믿느냐? 시간이 남아서 예수를 믿느냐! 아니. 믿을게 없어서 예수를 믿느냐! 너같이 괜찮은 친구가 왜 하나님 앞에 가서 무릎을 꿇고 죄인이라고 탄식을 하느냐!”
우리를 향해 예수 믿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조롱했던 친구들도 있습니다. 노아는 우리의 이성으로 판단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는 일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처럼 투쟁합니다. 이성적인 합리성에 도전하면서 투쟁합니다. 내면적인 것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그를 향해서 조롱해도, 몽상가라고 비난해도 이것을 받아들이면서 방주를 짓고 있습니다.
이런 노아의 모습은 아주 위대합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이해되지 않고 칭찬이 없어도 자기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아마 노아 역시 스스로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이상한 헛소리를 들은 게 아닌가?’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도대체 이 기간이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요? 백이십 년 정도 걸렸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백이십 년 동안이나 사람들의 조롱을 감수하면서 방주를 짓는 것이 바로 노아의 모습입니다. 그러면서 노아는 주위사람들에게 선포했을 것입니다.
“홍수가 날 것이다! 회개하라! 말씀을 들어라! 함께 방주를 짓는 일에 동참해라!”
그러나 어떤 사람도 그의 앞에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일을 홀로 담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아의 심정을 어떤 사람이 이렇게 표현하면서 우리들에게 권면하기도 합니다.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게나. 외톨이가 된다는 것이 어떤 건지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노아의 말입니다.
“내가 하나님 편에 서고자 할 때, 나를 격려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네. 모두들 내편을 들어주지 않을 때도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당당히 하나님 편에 섰다네. 남과 다른 일을 하려면 남과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러니까 그런 일로 주저하지 말게나.”
노아처럼 은혜 아래에 있는 사람은 홀로서는 마음의 용기를 가져야 됩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 하나님의 말씀이 인생의 우선권이라는 결정을 해야 진정한 은혜의 자리에 들어갈 수가 있습니다.
은혜를 받은 사람은 믿음의 모험을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알지 못하는 미래를 향해서 내 삶을 내어놓고 말씀에 의지해서 나아갈 줄 아는 사람입니다. 바로 이것이 은혜 아래 있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노아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설계도 도면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잣나무의 일종인 고페르 나무로 모든 것들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각 나무마다 역청을 발라서 방수제로 사용했습니다. 길이는 300규빗으로 150m정도, 넓이는 약 50규빗으로 125m정도, 높이는 30규빗으로 15m정도의 아주 큰 방주를 만듭니다. 은혜를 입은 사람은 삶 속에 비밀을 소유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믿음의 사람은 보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참고 기다리며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 마음속으로부터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자는 다른 사람들의 비난과 조소에 흔들리지 않고 앞을 향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말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히브리서 11장 7절에 노아를 이렇게 칭찬합니다.
“믿음으로 노아는 아직 보이지 않는 일에 경고하심을 받아 경외하므로 방주를 준비하며 그 집을 구원하였으니”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성수주일을 지켜야한다. 일조를 내야한다. 봉사해야 된다. 남을 구제해야한다.’ 이것은 모두 올바른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율법에 의할 때는 강제적으로 하는 것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총을 입게 되면 신앙생활 자체가 즐거움 속에 하는 것으로 바뀌게 됩니다.
자녀를 양육할 때도 율법의 길로 키우는 방법과 은혜의 길로 키우는 방법이 있습니다. 율법으로 키우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얘야! 너 공부 좀 해라! 공부해서 남 주냐! 공부해야 성공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라! 학교가면 야단맞는다.”
그러나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은혜의 길로 가르쳐 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하나님이 너를 사랑한단다. 하나님이 너를 사용하시고 싶어 하신다. 네 인생의 목표가 하나님의 나라가 될 때 하나님께서 너와 함께 동행하시고 너를 축복해 주신다.”
마음속에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고 왜 공부해야 되는지, 어떤 길로 가야 되는지 확인시켜 주면 그때부터는 강제가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 공부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이란 은혜에 대한 마음을 간직하는 것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은혜를 깨닫게 되면 감사하게 되고, 감격하게 되어 자원하는 마음이 생겨집니다. 하나님을 위해서 사랑하고 싶어집니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은총이 너무 크기 때문에 삶에 역사가 변화됩니다. 그때 하나님의 은혜의 증거가 됩니다. 우리는 곧 하나님, 은혜, 그 자체가 됩니다.
쉘돈 바나우켄(Sheldon Vanauken)이라는 사람이 이런 재미있는 말을 합니다.
“기독교를 위한 최상에 변증도구가 있다면 바로 그리스도인 자신이다. 그들의 기뻐하는 모습과 확신, 그들의 온전함을 보라! 그것이 그리스도의 그 최상의 변증도구다! 하지만 기독교를 무너뜨리는 강력한 논증의 도구 역시 그리스도인들이다. 그들이 우울하고 전혀 즐거워하지 않을 때 또 편협하고 공격적일 때, 기독교는 수천 번도 더 죽는다.”
우리 한 사람이 한 사람이 하나님의 은혜를 받으면서 하나님의 은혜의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내가 곧 하나님의 은혜인 것입니다. 마음속의 기쁨과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은총이 나를 인도하게 될 때 우리 속에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가 이 땅 위에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노아는 혼자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까? 우리를 통해서 이 땅 위에 은혜 입은 자의 모습을 증거 하는 복된 믿음의 사람들 되시기를 원합니다.
- 기도 -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따라가면서 내 노력으로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실패한 것을 고백합니다. 이제는 주님의 은혜와 더불어 내 인생을 바르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이제는 억지의 순종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자원하며 감사하는 순종이 되기를 원합니다. 주여! 은혜 받은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복된 믿음의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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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06. 04.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