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말씀

날짜 : 2005. 02.27

제목 : 사랑: 가장 좋은 길(성령의 열매Ⅰ)

본문 : 고린도전서 13장 4~7절

말씀 : 김지철 목사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단편선을 보면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산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은 사랑 때문에 사는 것이 명백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고 싶은 단어가 있다고 한다면 ‘사랑’이라고 하는 말입니다. “사랑한다.”고 하는 말도 많이 듣고 싶고, “내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는 말도 많이 듣고 싶은 것이 모든 인간의 소망입니다. 그래서 이 사랑이라는 말이 우리 주위를 떠나면 인간은 실망하게 되고, 절망하게 되고, 낙담하게 됩니다. 자살하는 사람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면, ‘나는 더 이상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그 마음속에 스스로 확인하면서 죽음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군가의 사랑 때문에,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그 사랑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바로 이 사랑은 사람들에게 삶의 목표를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돈을 사랑합니다. 그것 때문에 인생을 살아갑니다. 어떤 사람은 명예를 사랑합니다. 명예를 추구하면서 달려갑니다. 어떤 사람은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가족을 사랑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자녀들을 사랑하는 그 사랑 때문에 인생을 사는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도 이 아침에 왜 이렇게 모였습니까? 바로 주님을 사랑하는 그 마음 때문에, 주님의 사랑의 소식을 다시 듣고 싶은 그 마음 때문에 오늘 이 아침 이 시간도 모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제가 말씀드린 이 모든 사랑은 다 똑같은 사랑일까요? 사랑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또 단어도 여러 가지 단어가 나옵니다만, 우리는 사랑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에로스의 사랑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에로스라는 말만 들으면 남녀간의 육욕적인 사랑을 떠올립니다만 본래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헬라철학에서, 특히 플라톤 같은 철학자들은 바로 이 에로스가 인간을 더 높이 성숙시키는 열정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인간이 추구하는 예술, 위대한 사상에의 집념, 그리고 더 높은 명예를 향한 욕망을 표현할 때 이 에로스라는 사랑을 썼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꿈과 야망을 이루기 위한 그 열정적인 헌신의 사랑을 에로스라고 하는 말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도 굉장히 엄청난 힘이 있습니다. 사람을 변화시키고, 역사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어쩌면 하나님 없는 세계가 이만큼 성숙한 그 이면에는 이 에로스적인 사랑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과는 또 다른 사랑이 있습니다. 에로스 사랑보다 더 강력한 사랑, 에로스의 모자라는 모든 것들을 끌어안는 그런 사랑이 있는데, 이것은 아가페적인 사랑입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먼저 시작하신 사랑입니다. 인간의 욕망과 인간의 갈구에 의해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간을 사랑하시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 주신 그 사랑입니다. 성경에는 에로스라는 말이 나오지 않고, 아가페의 사랑이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에로스적인 사랑과 아가페적인 사랑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에로스적인 사랑은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과 사랑하는 목표가 사랑스럽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대상이 예쁘기 때문에, 아름답기 때문에, 말 잘 듣기 때문에, 돈이 많기 때문에, 명예가 많기 때문에, 내게 잘해 주기 때문에 사랑하는 그 사랑이 에로스적인 사랑의 특성입니다. 즉, 에로스는 무엇무엇 때문에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보여 주신 아가페적인 사랑은 사랑해야 할 대상이 아름답지 못해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로마서 5장에 있는 것처럼 “우리가 하나님과 적대자가 되었을 때, 원수가 되었을 때, 우리가 누추한 죄인이 되었을 때, 하나님께서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 주심으로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아가페 사랑을 확증해 주셨다.”고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여러분, 예수님이 만난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우리는 돈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를 좋아하고, 명예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를 좋아하고, 권력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 모든 인간관계를 거꾸로 가십니다. 오히려 연약한 사람 가까이 다가서시고, 오히려 병든 사람을 찾아가시고, 오히려 이 땅에서 소외된 사람들, 아무것도 없이 자랑할 것이 없어서 낙담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친히 찾아가셔서 “너희도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대상이고, 너희도 하나님께서 복 주시는 대상이다.”라고 다시금 깨우치면서 그들을 세워 주시는 것이 예수님의 아가페 사랑의 참된 모습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에로스적인 사랑의 밑바탕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끊임없는 자기만족, 자기실현에 대한 갈망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의 대상을 소유하고 탐닉하려고 합니다. 상대방을 인격이 아니라 자기가 갖고 있는 마음대로의 대상으로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가페는 사람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 속에, 어렵고 힘듦 속에 동참하면서 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해 줍니다. 그리고 자기만족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만족을 생각합니다.
여러분, 우리는 하나님을 생각하고 하나님을 사랑할 때 어떤 사랑으로 하고 있습니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아가페적인 사랑을 보여 주셨는데, 우리는 하나님을 아가페적으로 사랑할까요? 아니면 에로스적으로 사랑할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앙에서조차 하나님을 에로스적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하나님마저 자기의 욕구를 채워 주시는 분으로 생각합니다.
기복주의적 신앙의 위험성이 어디에 있을까요? 하나님을 자기 삶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축복하시면 믿고, 하나님께서 축복하시는 것 같지 아니하면 하나님도 배척하고, “내가 하나님을 거부하겠다.”고, “내 만족으로 살지 결코 하나님을 위해서 살지 않겠다.”고 하나님을 수단으로 바꾸는 신앙이 우리의 에로스적 신앙의 모습 속에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가페의 사랑은 지배하는 사랑이 아닙니다. 존중해 주는 사랑입니다. 수단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물건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체처럼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존중해 주면서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에로스의 사랑이 인간이 갖고 있는 욕망에 의한 사랑이라고 한다면, 아가페의 사랑은 하나님께로부터 우리에게 다가오는 은총의 사랑이라고 해도 틀림없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는 그 사랑이 어디에 있을까요? 하나님의 위대하심, 그분 그 자체 때문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에게 무언가를 주시기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이시기 때문에, 때로 힘들 때 카타르시스할 수 있는 존재이시기 때문에 하나님을 따라가고 있는 것일까요? 아가페의 사랑이 우리를 붙잡지 아니하면 우리의 신앙은 늘 흔들리게 되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오늘 함께 읽은 고린도 교회에 보낸 편지인 고린도전서 13장에 보면, 바울은 사랑에 대해서, 아가페에 대해서 예찬을 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고린도 교인들이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아가페로 사랑하지 않고 실제로는 에로스적인 욕망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고린도 교회는 하나님께서 성령을 부어 주셔서 성령의 은사를 듬뿍 받은 교회였습니다. 방언하는 은사도 받았습니다. 귀신을 내쫓는 은사도 받았습니다. 병 고치는 은사도 받았습니다. 예언하는 능력도 받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고린도 교회처럼 성령의 은사를 많이 받은 교회도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서로 분파했습니다. 서로 연약한 자를 감싸지 못하고 자랑했습니다. 남이 잘되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어서 시기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투어 육체적인 욕망과 육체적인 쾌락을 즐기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바울은 마음속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어떻게 너희들이 하나님의 성령의 은사를 받았다고 하면서 그 마음이 변화되지 않고, 에로스적인 사랑으로 사람들을 사랑하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가? 그래서 어떻게 분열하고 시기하고 다툼이 있고 인간의 육체적인 쾌락만을 즐기면서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가 있겠는가?” 그렇게 고린도 교회를 향해 편지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특별히 오늘 사랑의 예찬으로 씌어 있는 고린도전서 13장 4절부터 7절까지의 말씀 속에 바울은 고린도 교회를 보면서, “너희들의 모습은 이 사랑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라고 질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 대신에 고린도 교회의 이름을 넣고, 그리고 사랑이 표현하는 정의 대신에 긍정은 부정으로, 부정은 긍정으로 다 바꿔 놓는 모습으로 고린도 교회의 모습을 아마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오래 참지 못하고 친절하지 않고 자랑하며 교만하며 무례하게 행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는 사람들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악한 것을 생각하며 불의를 기뻐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참지 못하고 믿지 못하며, 모든 것을 바라지 못하고 모든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면서 “여러분이 갖고 있는 신앙은, 사랑은 아가페의 사랑이 아니라 오히려 에로스의 사랑, 그것을 통해서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고 교회를 사랑한다고 할 때, 오히려 더 많은 문제와 더 많은 어려움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하고 질문하는 것입니다. 고린도 교회가 방언의 은사, 병 고치는 은사, 그 모든 것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마음속에 진정한 아가페의 사랑이 없으면 교회에 덕을 끼칠 수가 없고 교회에 혼란을 가져다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여러분,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두 가지를 주십니다. 하나는 은사를 주십니다. 능력을 주십니다. 또한 성령께서는 우리의 품성을 변화시키는 성령의 열매를 주십니다. 교회에서 생겨나는 문제가 무엇일까요? 성령의 은사를 받았다고 하는 많은 사람들이 성령의 열매를 통해서 이 품성을 사랑으로 통제하지 않으면, 그렇게 많이 받은 은사가, 그렇게 많이 받은 능력이 교회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교회를 파괴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사도 바울은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가장 큰 것을 사모하라! 내가 네게 제일 좋은 길을 가르쳐 줄 텐데, 그 가장 좋은 길은 바로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 주신 사랑이다.”라는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여러분, 여기 나오는 사랑이란 어떤 모습을 갖고 있을까요? 여기 4절부터 7절까지의 사랑은 마치 인격체처럼 씌어 있습니다. 사랑을 가지면 오래 참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오래 참는 것입니다. 사랑을 가지면 온유하고 친절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온유하고 사랑이 친절하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 자신의 이름을 이 사랑이라는 말 대신에 놓고 한번 읽어 보면 어떨까요? 여러분! 잘 맞을까요? 저도 저의 이름을 놓고 한번 그대로 읽어 봤더니 영 아니더라고요. 저 자신은 영 반대더라고요. 사랑은 오래 참는데 나는 오래 참지 못하고, 사랑은 온유한데 나는 온유하지 못하고…. 여러분! 그러면 우리 이름 대신에 누구 이름을 집어넣으면 아주 정확하게 맞을까요?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 대신에 바꿔서 집어넣으면 너무너무 잘 맞고 적절합니다.
“예수님은 오래 참고 예수님은 온유하며 투기하지 아니하며, 예수님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신다.” 예수님만이 사랑 그 자체이시고, 예수님만이 사랑보다 더 큰 존재이시기 때문에 사랑이라고 하는 이름을 그대로 집어넣으면 너무 잘 어울리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사도 바울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사랑의 속성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사도 바울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여기에 나오는 사랑이라는 정의는 15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5개에는 그 서술어가 있는데, 서술어가 무엇처럼 보입니까? 우리가 품사로 보면 어떨 때는 명사처럼, 어떨 때는 형용사처럼, 어떨 때는 부사처럼 쓰인 것같이 보이는데, 이 말을 본래 쓰고 있었던 헬라어 원어를 보면 “이 사랑은 어떻다. 사랑은 어떻다.”라고 하는 모든 설명 어구가 전부 다 동사로 씌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저는 이 본문 말씀을 읽다가 그런 점에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랑은 동사라고 하는 것입니다. 머리와 생각 속의 언어로 끝나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랑은 그냥 아름답다고 하는 형용사도 아니고, 구체적으로 우리의 손과 발이 움직이는 동사가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몸의 언어라는 것입니다. 행동하지 않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사랑은 우리의 언어를 넘는 강력한 힘이 있는 동사적인 언어라고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보면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는 온 인류를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힐 용의가 있다. 그러나 나는 거지와 함께 하룻밤을 잘 수는 없다.” 이게 소위 휴머니즘적인 사랑의 한 모습입니다. 고통 받는 사람을 향해 손과 발이 움직이는 사랑? 그것은 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큰 명목상의 사랑, 그것을 겨우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사랑은 결코 허울 좋은 낭만이 아닙니다. 사랑은 구체적인 실제입니다.
여러분!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면서도 아버지의 사랑보다는 어머니의 사랑에 특별히 감격하는 이유는 뭘까요?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더 연약한 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랑은 언어로 끝날 때가 많이 있지만 어머니의 사랑은 손과 발이 움직이는 사랑입니다. 젖을 먹여 주고, 아예 똥오줌을 직접 갈아 주고, 그리고 피부 접촉을 통해서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하는 고백을 하는 분이 우리의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사랑보다 어머니의 사랑이 모든 사람에게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어머니는 ‘동사’로 자녀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동사에는 시제(時制)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동사의 시제가 놀랍게도 다 현재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은 ‘현재’ 사랑하는 것입니다. “어제는 내가 많이 사랑했으니까 오늘은 좀 사랑을 좀 쉬겠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늘은 피곤한데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사랑하겠다.” 그것도 사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랑은 ‘지금’ ‘현재’ 우리의 손과 발을 움직이면서 몸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제가 예전에 청년들을 지도할 때, 고린도전서 13장을 함께 공부하면서 “여러분, 우리가 정말 사랑의 사람이 되기 위해서 ‘사랑’ 대신에 각자 자기 이름을 넣고 한번 읽어 봅시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어떤 청년한테 한번 읽어 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굉장히 머뭇머뭇하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읽으라고 그러니까 그 청년은 이렇게 읽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오래 참지 못했습니다. 나는 온유하지 못했습니다. 시기했고, 자랑했고, 교만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네 말이 맞다.” 이것을 현재형으로 “내가 하지 않는다.”고 할 수가 없고, “내가 사랑과는 전혀 반대의 모습을 갖고 있구나. 현재형으로는 못 읽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 학생에게 또 읽으라고 그랬습니다. 그 다음 학생은 좀 꾀가 있는 학생이어서 이렇게 읽더라고요. “나는 오래 참을 것입니다. 온유할 것입니다. 시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랑하지 않을 것이며, 교만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지금 나는 못 하고 있는데 내일부터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지금 해야 되는데 어제 한 것으로 만족하고, 어제 한 것으로 자랑하고, 내일부터 할 것이라고 약속만 굳게 하고 오늘은 모든 두 손을 다 내려놓고 있는 것, 그것이 우리의 모습은 아닌가요? “사랑은 움직이고 내 손과 발이 모든 것을 보여 주는 것이지 언어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지금 내 손과 발이 움직여서 하는 것이다.”라고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내일 모레면 3?1절 86주년을 맞게 됩니다. 이 땅의 우리 민족이 일본의 억압에서부터 해방되고, 지금까지 우리 민족이 이만큼 살게 된 것은 이 수난과 영광의 역사 뒷면에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기도하며 사랑했던 많은 우리의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기 몸을 내던진 사람들, 나라를 위해서, 주님을 위해서 자기의 삶을 모두 쏟아 부은 사람들 때문이었습니다. 아니, 지금도 이름도 없이 자기에게 맡겨진 바를 묵묵히 행하면서 이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현장에서 이 민족과 나라를 사랑하며 수고하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이만큼 삶을 향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별히 이 민족의 어둠이 짙었을 때에, 예수님의 복음을 들고 이 나라를 사랑하다 간 언더우드 선교사의 기도문을 여러분과 함께 읽고 싶습니다. 1884년에 이 땅에 와서 4대가 120년 동안 살다가 작년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그 언더우드 가의 첫번째 언더우드가 한국 땅에 와서 이 민족을 사랑하면서, 이 민족에게 복음을 증거하면서, 그리고 의료 행위를 하고 교육을 세워 주면서 고백했던 고통스런 기도문입니다.
“…조선의 마음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 순종하겠습니다. 겸손하게 순종할 때 주께서 일을 시작하시고, 그 하시는 일을 우리의 영적인 눈으로 볼 수 있는 날이 올 줄 믿나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라’(히 11:1). 이 말씀을 따라 조선의 믿음의 앞날을 볼 수 있게 될 것을 믿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서양 귀신, 양귀자(洋鬼子)라고 손가락질을 받고 있사오나 자신들과 우리 영혼이 하나임을, 하늘나라의 한 백성, 한 자녀임을 알고 눈물로 기뻐할 날이 있음을 믿나이다. 학교도 없고 그저 경계와 의심과 멸시와 천대만이 가득한 곳이지만, 이곳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주여, 오직 제 믿음을 지켜 주소서!”
그가 이 땅에서 복음을 들고, 예수님의 사랑을 갖고 이 땅을 위해서 기도하는 사람이 되었을 때, 이 땅의 백성들이 새로운 빛의 깨우침을 받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이 땅의 백성들을 사랑하고, 이 땅을 위해서 기도하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그날, 이 민족이 다시금 통일의 역사를 이루고 동남아시아와 온 아시아와 온 지구촌에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는 민족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렇게 이 민족을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의 수고를 우리가 이어 가는 것입니다.
여러분,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사랑하는 방법은 다른 길이 없습니다. 그냥 사랑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손과 발이 움직여서 어제가 아니라, 내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시간에 우리 마음속에 깨닫게 될 때, 우리 연약함을, 우리 주위의 연약함을, 이 나라와 이 민족의 연약함과 아픔을 마음속에 깨닫게 될 때, 기도하면서 사랑하게 되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서 새로운 민족의 역사와 교회 부흥의 역사를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 기도
하나님 아버지, 주님의 사랑 때문에 저희가 이렇게 존재하는 줄 압니다. 누군가가 이 나라와 민족을 사랑했기 때문에 저희가 이 땅에서 이렇게 풍요롭게 살 수 있게 된 것을 주님께 고백합니다. 주님! 이 나라가 어지럽고 힘들 때, 단순히 비난하고 다른 사람의 탓이라고 욕만 하지 않게 하시고, 저희에게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손과 발을 움직여 사랑하며, 고통 받는 저희의 형제들과 자매들을 위해서 저희의 것들을 나누며,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하나님 나라의 역사를 이 땅 위에 이루어 드리는 믿음의 사람들로 저희들을 세워 주시옵소서. 다시금 이 나라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저희 믿음의 사람들을 통해서 귀한 역사를 친히 이루어 주시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