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말씀

날짜 : 2005. 02.20

제목 : 은혜에 참여한 자

본문 : 빌립보서 1장 3~7절

말씀 : 김천수 목사

성도 여러분, 인생의 궁극적인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까? 일평생 많은 문제 속에 묻혀 살고 있지만, 요약하고 요약하면 두 가지로 요약이 가능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한 문제로 귀결이 될 것입니다.
저는 오래 전 성탄절 때 응암동에 있는 시립아동보호소를 학생들과 함께 방문해서 위문한 일이 있습니다. 여자 고등학생들 몇십 명을 데리고 좋은 노래와 춤, 그리고 많은 음식을 준비해서 위문했습니다. 그곳에는 서울 시내와 경기도 부근에서 부모를 잃어버린 미아를 한 천 명가량 모아 놓았는데, 한 달쫌 있다가 연고자가 나타나면 인계가 되고 연고자가 없으면 부안으로 보내기 위해서 대기 상태로 있는 곳이 바로 시립아동보호소였습니다. 한 시간 동안 노래를 부르고 일을 하고 좋은 음식을 나누어 주었는데, 그 천 명 가까운 어린아이들 가운데 웃는 아이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아! 이 공연이 이 아이들하고 핀트가 안 맞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공연이 끝나고 난 다음 학생들을 데리고 돌아설 때, 직원 한 분이 제 옆에 와서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목사님! 언짢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 아이들은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들이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고 무엇을 선물로 줘도 절대로 웃는 법이 없습니다. 이렇게 있다가 자기 엄마가 와서 엄마 품에 안길 때에야 비로소 그 아이들은 웃을 수가 있습니다.”
여러분, 성경에 나타난 탕자의 비유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둘째 아들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 자기에게 주어질 유산을, 아버지가 살아 있는 동안에 미리 달라고 한 것입니다. 이 아들에게 돈을 주면, 이 아들은 그 돈을 가지고 나가서 허랑방탕하게 살고, 주색잡기해서 돈을 낭비할 것을 그 아버지는 뻔히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버지는 피땀 흘려서 모은 거금을 이 아들에게 주었습니다. 왜 주었겠습니까? 그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이 아들이 나가서 돈을 다 낭비하고 거지가 된 후에, 인생의 근본 문제는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라는 진리를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던 것입니다. 그가 아버지의 예견대로 허랑방탕한 삶을 살다가 알거지가 되어서 아버지 집에 돌아올 때, 아버지는 그 아들을 환영했습니다. 손을 잡고 잔치를 벌였습니다. 잔치 자리에 앉았을 때, 이 아들은 마음속에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인생관이 바뀌게 되었고 가치관이 바뀌면서 ‘아! 인생의 근본 문제는 내가 얼마나 소유했는가에 따라서 행복과 불행이, 성공과 실패가 결정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존재의 문제구나!’ 하는 것을 이 아들은 비로소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죄를 범한 아담과 하와에게, 하나님께서 물으시는 말씀이 “아담아! 네가 지금 어디 있느냐?”라는 존재의 문제를 묻고 있는 것입니다.
빌립보서 4장 4절에 보면,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여기서 이 “주 안”이라는 말은 공간 개념이 아니라 관계 개념입니다. 예수께서 내일이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십니다. 목요일 밤에 사랑하는 열두 제자와 함께 최후의 만찬을 드실 때에 떡을 떼어 주고 포도주를 나누어 주시면서, “너의 죄를 속량하기 위해서 흘리는 내 피다”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내가 죽고 난 다음에 내가 다시 올 때까지 이 성찬 예식을 행하며 나를 기념하라!” 주님께서 그렇게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그 명령에 따라서 우리는 교회에서 성찬 예식을 행하고 있습니다. 내가 예수를 믿고, 성찬 예식에 참석하고 포도주를 마실 때, 그래도 여전히 내 육신의 혈관 속에는 우리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육신의 붉은 피가 계속해서 흐르겠지만, 내 영혼의 혈관에는 예수의 피가 흐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예수의 피가 내 혈관을 관통할 때, 그때부터 내 인생의 주인은 내가 아니고 예수로 바뀌게 되는 것이고, 나는 주 안에 거하고 주께서 내 안에 거하는 하나 됨의 역사가 나타나게 될 것이며, 나는 은혜에 참여한 복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3절에 보니까, 사도 바울은 빌립보 교회를 향해서 옥중에서 편지를 쓰면서 “내가 너희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하나님께 감사한다.”고 하는데, 왜 사도 바울이 감사하고 있을까요? 그 감사의 이유가 무엇일까요? 피상적인 이유는 바울이 옥에 갇혔을 때, 이 고독하고 외로운 바울을 빌립보 교인들이 시시때때로 면회 와서 격려해 줬다는 것입니다. 돈이 필요할 때 요새 말로 하면 영치금을 넣어 줘서 그 돈을 쓰게도 했습니다. 또한 그들은 바울을 위해서 계속해서 기도했습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바울은 빌립보 교회를 향해서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바울이 옥에 갇혔다는 사실을 빌립보 교회 사람들이 듣고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아니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이 핍박을 받으면서도 믿음이 요동하지 아니하고 더 믿음이 굳세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면서 모여서 열심히 마음 합하여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으면서 “내가 너희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기도한다.”라고 이 편지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또 사도 바울은 자신이 전하는 복음을 받고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게 되었고, 교회가 생겨난 이 놀라운 사건에 대해 뜨겁게 감사를 드렸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이것은 사람의 능력으로 된 일이 아니고, 만군의 하나님께서 자기를 통해서 일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쓰임 받는 생에 대해서 바울은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던 것입니다.
제가 자란 고향의 친구 가운데 최병걸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태어날 때부터 책상다리를 한 모습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한번도 걸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초등학교 문 앞에도 가 본 적이 없습니다. 또한 외출을 안 했기 때문에 이 친구를 본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열여섯 살이던 고등학교 1학년 때, 그 친구는 저보다 한 살 많은 열일곱 살 때였을 것입니다. 우리 고향 부근에 강한 신유 은사를 가진 부흥사가 와서 부흥 집회를 하는데, “많은 병자가 병이 낫는다.”는 소문이 퍼져서 많은 사람들이 그 교회에 모여들었습니다. 그 소문을 듣고 한번도 교회에 가 본 적이 없는 그 친구의 아버지가 지게에 자기 아들을 앉혀놓고 지게를 메고 교회에 갔습니다. 교회 마당에 들어가 지게를 세워 놓고 자기 아들을 들고 강단 앞에다 갖다 놓았습니다. 옛날이니까 의자가 아니고 마룻바닥이거든요. 그런데 그 집회에서 제 친구 최병걸이 일어섰습니다. 정말로 일어서 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그 후에 50년을 같이 살았는데, 저는 지금도 고향 갈 때마다 그 친구를 제일 먼저 만납니다. 그 친구는 그 후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새벽기도를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습니다. 교회의 모든 집회마다 제일 먼저 와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사람은 최병걸 그 친구입니다. 한번도 일어서지 못했던 병걸이가 일어섰다! 그것은 기적이 아닙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친구의 부모님은 예수를 안 믿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것 또한 기적입니다. 기적! 세상에 그런 기적이 또 있겠습니까?
기적이 또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이것 또한 기적입니다. 우리가 우리 힘으로 왔습니까? 내 발로 왔지만 내 힘으로 왔습니까? 빌립보 교회를 하나님께서 바울을 통해서 건설한 것같이, 하나님께서 우리로 하여금 성령으로 역사해서 우리가 이 자리에 와 앉아 하나님께 경배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놀라운 기적적인 사실에 대해서 우리 마음속에 감사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로마서 8장 29절에서 30절까지 보면 “하나님이 미리 아신 자들을…미리 정하셨으니…또 미리 정하신 그들을 또한 부르시고 부르신 그들을 또한 의롭다 하시고 의롭다 하신 그들을 또한 영화롭게 하셨느니라”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신학적인 용어로 조금 바꾸면, “하나님이 아득한 옛날부터 나를 예지하시고 예정하시고 소명하시고 의롭다고 칭하시고 영화롭게 하셨느니라!”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높으신 섭리를 계획해 놓으셨는데, 갈라디아 4장 4절에 보니까, 때가 차매 하나님께서 그 아들을 이 세상에 대속자로 보내시고 그 아들 예수에 의해서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하셨습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계획과 하나님의 섭리와 하나님의 은혜로만 된 사건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윗은 그 은혜를 생각하며 시편 103편에서 “그(하나님)가 네 모든 죄악을 사하시며 네 모든 병을 고치시며 네 생명을 파멸에서 속량하시고 인자와 긍휼로 관을 씌우시며…”라고 노래하며, 이 은택을 잊지 말자, 망각하지 말자고 이야기합니다. 그 은혜를 잊어버리면 배신자가 되는 것입니다.
저는 시골 농촌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요새 새로운 농사법은 모르지만 보리, 쌀 농사짓는 것은 다 알고 지금도 시골에 내놓아도 저 혼자 살 수 있습니다. 길 가다가 벼를 보면 벼가 건강한지 병들었는지, 병들었으면 저 벼가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 병명까지 다 알 수 있습니다. 딱 보면 그게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을에 추수를 해 가지고 벼를 보관하던 옛날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시멘트가 귀하니까 흙벽돌을 해서 창고를 만들고 거기다가 벼를 보관했습니다. 그러니까 쥐가 구멍을 뚫고 벼를 너무 많이 먹어서 곡식의 낭비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를 길렀습니다. 그런데 배부른 고양이는 쥐를 안 잡기 때문에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배고픈 고양이가 쥐를 잡기 위해서 온 집안을 찾고 있었습니다. 쥐가 한 마리 도망가서 따라가는데, 쥐가 도망가다가 작은 쥐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러면 고양이는 몸이 크니까 쥐구멍 속으로 들어가지는 못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그냥 포기하지 않고 쥐구멍 앞 한 20cm 떨어진 곳에 앞발을 놓고 가만히 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 5분쯤 있으면 쥐가 밖으로 톡 튀어나왔다가 고양이를 보고 깜짝 놀라가지고 쏙 들어가 버립니다. 또 한 5분 있다가 또 나오더니 쑥 들어가 버리고, 들락날락하다가 이 쥐의 몸이 구멍 밖으로 너무 많이 나왔다 싶을 때 고양이가 앞에서 탁 칩니다. 그럼 쥐는 또로록 굴러 가고 고양이는 그것을 유유히 물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쥐가 자기 집에 들어가서 두세 시간 편하게 잠자고 있으면 고양이가 지쳐서 가고 난 다음에 나와서 볼일 보면 되는데, 왜 5분도 안 되어서 들락날락하다가 잡아먹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후에 제가 그 이유를 알았는데, 쥐는 기억력이 3분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들어왔다가 “내가 왜 들어왔지?” 하고는 그 전 일을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가 보니까 고양이가 또 있습니다. 그래서 또 들어왔다가 “어, 내가 왜 들어왔지?” 하고 들락날락하다가 고양이밥이 된답니다.
가룟 유다는 주님의 은혜를 망각해 버렸습니다. 쥐같이 잊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배신자가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누누이 인생의 근본 문제는 존재의 문제라고 가르쳐 주셨는데, 가룟 유다는 그 사실을 망각하고 소유의 문제로 바꾸고 은 30냥에 예수님을 팔아 돈을 들고 멸망의 길로 가고 만 사람이었습니다.
오늘도 빌립보서 1장 4절에 보니까 “간구할 때마다 너희 무리를 위하여 기쁨으로 항상 간구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내가 기도할 때마다 너희 때문에 기쁘다! 내 마음속에 기쁨을 안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5절에 보니까 “복음을 위한 일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 말씀입니다.
범죄한 인간은 세 가지를 상실했습니다. 하나님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웃을 잃어버렸습니다. 자아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파괴되었습니다. 나와 너와의 관계가 파괴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모든 사람에 대해서 적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후에 깊은 고독과 절망과 저주와 진노의 자식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와 같은 인간을 향해서, 칼 힐티는 하나님 대신에 인간을 지배하고 있는 것 셋이 있는데 돈과 명예와 쾌락이라고 했습니다. 돈, 명예, 쾌락이 하나님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우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인생의 목표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향해서 시편 40편 2절은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에 빠져 버렸다”고 말씀합니다.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에 빠져 버린 인간은, 이 세 가지가 자기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인 것입니다. 이 불행한 인간들을 기가 막힐 웅덩이에서 끌어올려 주시기 위해서 하나님께서는 독생자를 우리 가운데 보내신 것입니다. 그분이 십자기에 못 박히시면서 “다 이루었다!” 하고 큰 소리로 외칠 때, 지성소와 성소를 가로막았던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찢어지게 된 것입니다. 은혜의 길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은총에 보답하여 담대하게 나갈 수 있는 길을 주님께서 이뤄 놓으시고, 우리가 받을 저주를 그분이 대신 받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요한복음 3장 16절에 보니까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를 믿음으로 하나님과 나 사이의 관계가 회복되었습니다. 이 믿음에 입각해서 나와 너와의 관계가 반드시 회복되어야 되는데, 나와 너와의 관계가 회복된 사람이 모여서 교제가 이루어지는 곳이 교회이기에, 신자들의 생활 중심은 교회여야 하는 것입니다. 교회에 와서 하나님과 나 사이의 관계가 정상으로 회복되고, 교회에서 나와 너와의 관계가 정상으로 회복될 때, 그때 내 마음속에 십자가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에는 새벽기도를 하는 교회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한인 교회 목사님이 연말이 되어서, 내년 1월 1일부터 40일간만 새벽기도를 꼭 해 보자고 여러 번 광고를 한 후에 1월 1일부터 새벽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사람들이 참석했지만, 그들 중에서 집이 너무 멀어서 고속도로를 타고 한 시간 동안을 달려야만 교회에 올 수 있는 그런 먼 거리에 계시는 집사님이 하루도 안 빠지고 지각도 안 하고 꼬박꼬박 새벽기도에 참석했습니다. 마침내 40일이 끝났습니다. 새벽기도가 끝나던 날, 모두들 교회에 모여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커피를 마실 때, 목사님이 커피 잔을 들고 사방을 다니면서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제일 멀리서 온 개근한 그 집사님 앞에 가서 악수를 하면서 “집사님! 교회가 너무 멀어서 대단히 힘들었지요?”라고 말을 건네니까, 그 집사님이 “아니요, 저는 교회가 멀다고 한 번도 생각 안 했습니다. 집이 좀 멀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교회가 먼 거나 집이 먼 거나 똑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둘 중에 어디가 멀다고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교회에 올 수도 있고 못 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은혜에 참여한 자의 전형적인 모습인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복음 안에서 기뻐하는 둘째 이유는 지금 말씀대로 나와 너와의 정상적인 관계 회복을 들고 있는 것입니다. 성경은 죄를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 죄는 ‘해서는 안 될 것을 행한 것’, 즉 범법죄입니다. 두 번째 죄는 ‘반드시 해야 할 것을 하지 아니한 죄’입니다. 야고보서 4장 17절에 보니까 “선을 행할 줄 알고도 행하지 않는 것이 죄”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부자와 거지 나사로 이야기를 다 아실 것입니다. 어떤 부자가 호화롭고 윤택하게 사는데, 그 집 앞에서는 거지 나사로가 온몸이 헐어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너무 괴로우니까 기왓장으로 그 헌 곳을 긁었습니다. 이 부자는 그 거지에게 빵 한 덩이 줬다는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거지는 죽어서 아브라함의 품에 안겼고, 그 후에 부자도 죽어서 지옥 불에 떨어지게 됩니다. 부자가 지옥 불에서 고통당할 때, 위를 보니까 자기 문 앞에 있던 그 거지가 아브라함 품에 안겨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너무 고통스러워 외칩니다. “아버지 아브라함이여! 저 거지인 나사로를 시켜서 물 한 방울만 내 입에 대 주시길 바랍니다.” 그런 극렬한 고통 속에 빠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내가 남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그것을 상실해 버리면, 내 영혼 구원할 수 있는 기회마저 잃어버리고 만다는 이야기입니다. 두려운 마음으로 우린 이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야 될 것입니다. 좋은 신앙인은 마음속에 우선순위가 바로 세워진 사람입니다. 참으로 예수 잘 믿는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하나님, 이웃, 나’ 이런 순서로 된 사람이 예수 잘 믿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아주 엉터리로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제일 꼭대기에 ‘나’, 그 다음 ‘하나님’, 그 다음이 ‘이웃’입니다. 이것은 아주 엉터리입니다. 그나마 조금 나은 사람은 ‘하나님, 나, 이웃’의 순서입니다. 이런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지막 둘의 순서를 바꿔야 됩니다. 그렇지만 그 순서가 바뀌는 것이 참 어렵고 힘든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도 바울이 기뻐하는 것은, 이 빌립보 교인들은 이것이 순서가 바뀌어 ‘하나님, 이웃, 나’ 이렇게 예수를 믿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믿음으로 하나님과 교제가 회복된 사람은 반드시 나와 너 사이에서도 교제가 회복되어야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조금 전에 제가 말씀드린 두 가지 죄 가운데서 어느 하나를 범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 교인들의 신앙적인 자세가 대단히 아름답고 옳게 정립된 사실에 대해 “내가 기뻐하면서 기도한다”고 격려하고 있습니다. 데살로니가전서 1장 3절에 보니까 “믿음에는 반드시 역사가 있고 사랑에는 수고가 있다.”고 말씀합니다. 그 수고는 마지못해서 하는 수고가 아니고 안 하고는 안 되는 충동을 받아서 하는 그런 수고란 말입니다. 아기를 위해서 어머니가 수고를 할 때 마지못해서 합니까? 안 하고는 안 되는 충동 가운데 끌려서 어머니는 아기를 위해 헌신하는 것입니다. 그런 대인관계가 가장 아름답고 이상적인 관계입니다.
제2차 세계 대전 때 독일군이 유대인들을 잡아다가 육백만 명을 독살시켰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어느 날도 독가스실에서 유대인들을 학살하기 위해서 일렬로 죽 세웠는데, 앞에는 엄마가 서고 뒤에는 어린 딸이 서서 죽음의 대열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숫자를 세다가 이 엄마까지 와서 딱 끊어졌습니다. 그래서 딸이 엄마를 부둥켜안고, 엄마는 딸을 부둥켜안고 몸부림쳐 울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모녀가 생과 사의 길로 갈라지게 된 것입니다.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던 뒤에 있던 수녀 한 사람이 독일군을 향해 손을 들었습니다. “저 여자 자리에 내가 들어가고 저 여자를 제 자리로 바꾸면 안 되겠습니까?” 그러자 그 독일군들은 비웃는 웃음을 웃으면서 “그런 소원은 얼마든지 들어주지!”라며 순서를 바꾸어 주었습니다. 그 장면을 누가 봤는가 하면 공산당의 거두였던 니콜라이 버디에프란 사람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이 장면을 보고 난 다음에 ‘아! 내가 신봉하는 공산주의에는 저게 없어. 저게 없어! 저게….’ 하고 일주일 동안 고심하게 되었고, 마침내 공산주의를 버리고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 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은혜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보아야 합니다. 은혜의 자리에서 내 이웃을 보아야 합니다. 은혜에 자리에서 나 자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하나님과 이웃과 잃어버린 나 자신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은혜의 자리에 선 좋은 신앙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할 때 나와 세상은 간 곳 없고 구속한 주만을 바라보는 감격이 내 마음속에 강물같이 흘러넘치게 될 것입니다. 이런 감격과 축복이 여러분 마음에 가득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 드리는 바입니다.

* 기도
자비하시고 사랑과 은혜가 한없이 풍성하신 만군의 하나님, 귀한 은총과 거룩한 사랑을 진실로 감사하고 찬송을 드립니다. 저희는 범죄 때문에 하나님과 이웃과 자아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은혜의 자리에 저희를 서게 하시고, 이 세 가지를 회복해서 복되고 거룩한 삶을 새롭게 살 수 있도록, 복과 은총과 감사와 기쁨을 저희 마음속에 선물하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진실로 감사하고 찬송을 드립니다. 주여! 간절히 빕니다. 인생의 궁극적인 문제는 소유의 문제가 아니고 존재의 문제라는 사실을 더 절실히 알고, 여기에서 저희 마음속에 판단의 오류를 범치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 이름으로 감사하며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