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04. 12. 19
   제목 : 먹던 부스러기라도!
   본문 : 마가복음 7장 24 ~ 30절
   말씀 : 김지철 목사

  치매에 걸려서 아들도 못 알아보는 노모를 모시고 사는 아들 내외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아들 내외의 효성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습니다. “세상에 부모만한 아들이 없다고 하지만 저 집은 오히려 반대라니까! 망령 든 노모를 저렇게 지극정성으로 모시다니…. 저 집은 복 받을 거야!” 이 아들 내외는 치매 걸린 노모가 좋아하는 사탕을 늘 사다 드리곤 했습니다. 그러면 노모는 그 중에 하나만 드시고는 장롱 깊숙한 곳에 나머지 사탕을 감추어 둡니다. 어느 날, 아들은 사탕 한 봉지를 사다가 이 노모에게 갖다 드렸습니다. 그때 마침 손자가 그 방에 막 뛰어 들어와서 할머니의 사탕을 빼앗아 가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이 노모는 손자를 냉정하게 밀쳐냈습니다. “안 돼! 이놈아!” 어린 손자가 뒤로 나자빠져서 크게 울어 댑니다. 이 소리를 듣고 들어온 아들이 자기 아들을 일으켜 세우면서 어머니에게 갑자기 섭섭한 마음이 들게 됩니다. ‘아무리 치매에 걸리셔도 그렇지, 하나밖에 없는 손자를 이렇게 매정하게 대하실 수 있을까!’ 그래서 어머니께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니, 어머니! 그 많은 사탕을 장롱 속에 쌓아 놓으셨잖아요. 사탕 한 개쯤 손자에게 주시면 안 됩니까?” 그러자 노모가 이렇게 소리칩니다. “절대로 네놈들에게는 줄 수 없어! 이거는 내 사랑하는 아들에게 줄 거야! 이 도둑놈들아!” 아들은 지금까지 노모가 장롱 깊숙이 숨겨 놓았던 그 사탕들이 바로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서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에는 현실적으로 종종 왜곡되게 보이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뒷면을 가만히 살펴보면, 언제나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진실이 담겨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 본문에도 이런 간절한 사랑이 배어 있는 한 여인이 등장합니다. 어느 날 예수님이 유대 땅에서 사역을 하시다가 쉬시기 위해서 두로와 시돈으로 가시게 됩니다. 이 두로와 시돈은 이방인의 땅입니다. 정치적으로는 유대인들을 적대시했던 적국이었고, 종교적으로는 유대인들에게 버림받은 땅, 저주받은 땅이라고 불리던 곳입니다. 마태복음 11장에 보면 두로와 시돈이 얼마나 험악한 땅인가를 나타내 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예수님이 유대 땅에 기적과 권능을 많이 베풀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회개하지 않는 것을 보시면서, “내가 두로와 시돈에 이 기적과 권능을 베풀었다면 그 사람들이 베옷을 입고 머리에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를 했을 것이다.”라는 말씀이 그것입니다. 이것은 두로와 시돈이 얼마나 악독한 땅이고 부패한 땅인가를 역설적으로 표현해 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이 바로 이 지역을 찾아가신 것입니다. 이때 한 수로보니게 여인이 예수님을 만나러 찾아옵니다. 12월에 들어서면서 저는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있습니다. 첫째 주에는 세리장 삭개오가 예수님을 만난 사건, 지난 둘째 주에는 사마리아 여인이 예수님을 만나서 구원의 기쁨을 누린 사건을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수로보니게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이 여인의 딸은 귀신이 들려 있었습니다. 이 크나큰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수로보니게 여인은 이방 여자였습니다. 그러하기에 이 여인은 예수님을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예수님을 만나면서 그분께 놀라운 은총을 덧입게 됩니다. 예수님은 이 여인을 만나면서 아주 놀라십니다. 아주 기뻐하십니다. 그리고 이 여인을 칭찬하십니다. 믿음이 있는 여인이었습니다. 용기가 있는 여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여인도 그냥 보통 여인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어머니였습니다. 사랑하는 자녀를 위해서는 자기의 모든 것들은 쏟아 놓을 준비를 갖췄던 여인이었습니다. 사랑하는 딸의 문제를 곧 자신의 아픔이요, 문제로 받아들였던 여인이었습니다.
  어느 날, 이 여인이 예수님의 소문을 들었습니다. 유대 땅에서 능력을 많이 행하셨다던 그분이 바로 이 두로와 시돈에 오셨다는 소식을 들은 것입니다. 우리 어머니들은 늘 소문에 약하신 것 같습니다. ‘옆집 아이가 어느 학원에 갔더니 공부를 잘하게 되었다더라.’ 그러면 그 학원이 무슨 학원이냐고 꼬치꼬치 캐묻습니다. 자기 아이도 바로 그 학원에 가서 공부를 잘해야 된다고…. 어떤 사람이 보양에 좋은 음식을 먹었다거나 좋은 약을 먹어서 치유를 받게 되었다고 하면, 그 약이 도대체 무슨 약이냐고? 그 음식이 무슨 음식이냐고? 묻곤 합니다. 이처럼 사랑하는 자녀에게 좋은 것으로 주기 위해 소문에 민감한 분들이 우리 한국 어머니들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의 변화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 안에 우리 어머니들의 가치관과 교육 태도가 들어 있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누가 장관이 되든지 교육의 개혁과 변화가 결코 쉽지 않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어머니들의 사랑과 열정, 자녀에 대한 헌신 덕분에 한국 경제가 이만큼 발전하고 나라가 부흥이 되었다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소문에 민감한 어머니인 수로보니게 여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귀신에 들린 내 딸이 어떻게 살아날 수 있을까?’ 고민 고민하던 차에 예수님의 소문을 듣게 된 것입니다. 여인은 매일매일 귀신 들린 딸을 보면서 마음 아파했습니다. 어머니도 알아보지 못하고 뒤집혀서 소리치는 딸의 모습 속에 아픈 가슴을 쥐어짜야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여인은 예수님의 소문을 듣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예수님께 희망을 걸고 달려왔습니다. 이 여인의 모습이 얼마나 간절한지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25절에 “이에 더러운 귀신 들린 어린 딸을 둔 한 여자가 예수의 소문을 듣고 ‘곧’ 와서 그 발 아래에 엎드리니”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곧’이라는 부사를 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인은 이어서 이야기합니다.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내 어린 딸이 귀신이 들렸습니다. 내 딸에게서 귀신을 좀 쫓아내 주십시오!” 지난주에 보았던 사마리아 여인은 자기의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했습니다. 사실 이 여인도 자녀의 귀신들림을 그렇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딸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딸이 인간의 모습이 아닌 모습으로 아파하고 있습니다. 여인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앞에 나아가 이 모든 것을 다 토해 내고 있습니다. 과감해졌습니다. 용기 있는 여인이 되었습니다. “주님! 이 모든 것을 알아주세요!”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것은 탄식이었고,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이었으며 또한 기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의 반응이 어떠했을까요? 오늘 본문과 병행 구절인 마태복음을 보면, 예수님이 본 체 만 체 하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말씀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지나가셨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여인이 소리치고 있습니다. 좀 돌봐주세요!” 오히려 제자들이 예수님에게 요청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제야 입을 열어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그것은 아주 충격적인 말씀이었습니다.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하시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오늘 본문 27절에 보니 “예수께서 이르시되 자녀로 먼저 배불리 먹게 할지니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고 하십니다. 여기서 ‘자녀’란 이스라엘 백성을 뜻합니다. 반면 ‘개’란 이방 사람, 곧 지금 요청하고 있는 이 여인을 지칭하고 있는 말입니다. 이 말은 듣는 여인에게 충격이었습니다. ‘내가 개라니! 나를 이렇게 모욕적으로 대우하다니! 내가 이 사람에게 더 구할 것이 없겠구나!’ 아마 그 순간 이 여인의 머리에 이런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갔을 것입니다.
  여러분, 예수님이 편견을 가지셔서 이 말씀을 하셨을까요? 읽어 보고 또 읽어 보면 결코 예수님의 편견 때문에 나온 말씀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 편견이란 고정관념입니다. 고정관념이란 한번 꽉 들어가면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머리 속에 낙인을 찍고서 결코 바꾸지 않으려는 것이 편견이고 고정관념입니다. 우리 시대에 매우 나쁜 편견과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지역간의 편견이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편견이 있습니다. 학벌에 대한 편견도 있습니다. 사람의 얼굴 색깔에 대한 편견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한번 붙잡히면 쉽게 바뀌지 않게 됩니다. 예수님도 이런 편견을 갖고 계셨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여인이 대꾸한 말 한마디를 들으면서 태도를 확 바꾸시게 됩니다. 오히려 여인을 칭찬하십니다. 예수님은 근본적으로 열려 있는 분입니다. 그런데 단지 이 여인을 한번 테스트해 보려고 하신 것뿐입니다. 수로보니게 여인은 예수님이 하신 말씀 속의 이러한 틈새를 발견한 것입니다. ‘아! 이분이 나를 정말로 거절하시려고 하는 것이 아니구나! 나를 시험해 보시려는 것이구나!’ 왜 그렇습니까? “내가 먼저 내 자녀들에게 떡을 주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씀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어머니들의 사랑은 늘 틈새를 발견합니다.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합니다. 자녀가 나쁜 짓을 했을 때 이웃들이 “그 집 아이는 가망성이 없어요! 그 아이가 하는 짓은 도무지 못된 일뿐이에요!”라고 아무리 비난해도 “그렇지 않아요. 내 아이도 잘하는 게 있어요. 내 아이 착한 아이예요.”라고 가능성을 보는 것이 어머니입니다. 잘될 것을 보고 미래에 변화될 것을 보는 그 마음이 어머니들의 사랑인 것입니다. 이 여인도 이 틈새를 발견하고 있습니다. ‘먼저 자녀에게 주고 나면 나중에 나에게도 먹을 것을 줄 수 있다는 말씀이 아닌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내려놓았던 어머니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여기서 여인이 발견한 또 하나의 틈새는 무엇일까요? 예수님이 ‘개’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여기서 ‘개’라는 것은 들개가 아닙니다. 원어로 보면, 이 말은 거친 표현이 아니라 집안에서 기르는 애완용 작은 강아지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어떤 주석학자는, 그때 예수님이 아마도 아주 엄숙하게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 이야기하셨을 것이라고 추측하고도 있습니다. 바로 그 틈새를 이 여인은 발견한 것입니다. ‘딸의 치유를 위해서 내가 어떤 대우라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비록 나를 개라고 해도 괜찮다. 나는 그런 모멸의 벽쯤은 넘어설 수 있다. 거절당하는 것까지도 깨뜨리고 나아갈 수 있다.’ 어머니의 사랑은 이렇게 생각하며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런 모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고통을 받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여러분, 실패란 무엇일까요? 이런 글이 있습니다. “실패는 성공을 내딛는 첫걸음이다. 실패하는 유일한 때는 바로 다시 시도하지 않을 때이다.” 다시 시도하는 한 실패란 없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너무 빨리 그만둡니다. 너무 빨리 멈춥니다. 너무 빨리 ‘그냥 시간만 가면 되겠지.’ 하고 스스로 자기를 묶어 버립니다. 그러나 이 어머니 수로보니게 여인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여인은 예수님의 거절 속에서 긍정을 보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머니의 사랑의 힘입니다. 그래서 여인은 거절당하면서도 견딜 수 있었고, 예수님의 말씀 뒤에 숨겨져 있는 깊은 사랑과 동정을 꿰뚫어볼 수 있었습니다. 수로보니게 여인은 지혜자였습니다. 재치가 있었습니다. 이 거절의 말씀에도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도도하게 예수님 앞에 나아가 간청합니다. “여자가 대답하여 이르되 주여 옳소이다마는 상 아래 개들도 아이들이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이 여인은 대화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긍정을 합니다. “옳습니다. 맞습니다.” 그러면서 주님의 속마음을 읽어 내고 있습니다. “주님! 그러나 사랑을 베풀려고 하시지 않습니까? 개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것을 먹고 살지 않습니까?” 여인의 언어에는 겸손과 간절한 요청, 그리고 주님의 말씀에 대한 인정과 ‘부스러기라도 받겠다’는 주님께 대한 사랑의 열정이 담겨 있습니다. 열망하는 마음, 자기를 낮추는 마음이 실려 있습니다. ‘주님의 은혜를 받기 위해서는 제가 개처럼 되어도 좋습니다. 주님의 은총이 임한다면 제가 받겠나이다.’ 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마태복음 15장 27절에 보면,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나이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이것이 무슨 뜻입니까? ‘예수님이 주인이십니다. 저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입니다. 예수님께만 모든 소망을 겁니다.’라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겸손의 극치요, 믿음의 절정입니다. ‘제 딸을 위해서는 개 같은 존재가 되어도 감당하겠나이다.’라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이 여인의 고백에는 놀라운 신앙과 신학이 들어 있습니다. 개와 같은 존재에게도 부스러기 같은 은혜가 주어져야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은혜의 일부일지라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신분상 차별이 없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는 개와 같은 존재, 부스러기와 같은 존재, 부스러기만 있어도 만족할 수 있는 존재’라고 고백하게 되었을 때, 예수님은 통째로 은혜를 이 여인에게 부어 주십니다.
  여러분, 부스러기가 무엇일까요? 남은 조각입니다. 중심이 아니라 변두리라는 뜻입니다. 메인 메뉴가 아니라 먹고 남은 찌꺼기라는 뜻입니다. 연약한 것, 하찮은 것, 별 볼일 없는 것, 그 모든 것이 부스러기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은총을 받게 되었을 때, 부스러기 은혜가 아니라 놀라운 전체의 은혜를 덧입게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여러분, 물론 자신을 부스러기라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고 스스로를 내려 누르고 비하해서는 안 됩니다. 십 원의 돈은 돈 단위로 말하면 부스러기입니다. 그러나 이 돈이 모아지면 억이 되고, 모아지면 조가 되는 것입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작은 물방울 하나는 부스러기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모아지면 시내가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일 분은 하루에 비하면 부스러기입니다. 하루는 일 년 365일에 비하면 부스러기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2004년에 부스러기 같은 하루를 시작했는데, 벌써 12월이 다가와서 이제 우리는 곧 2005년을 맞이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예수님이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실 때도 그랬습니다. 어떤 소년이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를 갖고 왔습니다. 이게 도대체 오천 명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부스러기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알고 그것을 예수님께 맡겨 놓았을 때, 오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남았다고 성경은 기록해 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낮아져야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개처럼, 아무것도 아닌 부스러기처럼 여겨지는 것을,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것 같은 때에도, 그렇게 낮아지게 되면 하나님의 은총은 우리를 개로 대접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살아 있는 자녀로 대접하십니다. 우리에게 부스러기 은총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풍성한 은총을 주시는 하나님임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열망이었습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낮아져야 한다면 낮아지겠다는 겸손이었습니다.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는 용기였습니다. 어떤 모욕도 어떤 비난도 감당할 수 있겠다는 결단이었습니다. 이처럼 여인이 예수님께만 참된 은혜가 있다는 사실 앞에 온전히 무릎 꿇었을 때 예수님은 놀라시게 됩니다. “네 믿음이 크다. 네가 이 말을 했으니 네 딸이 이제 치유를 받았다.”고 선언하면서 육체의 건강과 가족의 축복을 허락하시게 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예수님을 믿기 전에는 좀 교만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자기 자신이 최고의 인물이라고 잘난 체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비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를 믿고 나서는 너무 폼을 잡아서는 안 됩니다. 너무 교만해지면 안 되는 것입니다. 더구나 사람 앞에서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마음이 교만해지기 시작하면 그때는 치유 받을 길이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 저는 별것이 아닙니다. 참 누추한 존재입니다. 주님, 저는 부스러기와 같은 존재입니다. 한 줌의 흙이고, 작은 물방울 하나에 불과한 존재입니다.”라고 고백하며 주님 앞에 서게 될 때에 주님이 우리를 세우시는 것입니다. “너는 개가 아니라 내 자녀다. 나는 네게 부스러기 은총을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네게 온전한 은총을 주려고 한다.” 하나님께서 하늘의 문을 여시고 은혜의 복을 우리에게 내려 주시려고 하는 것입니다. 구원의 은혜, 건강의 은혜, 치유의 은혜, 평안의 은혜, 그것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마음이 교만함으로 채워진다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마음속에 들어올 자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낮아지고 낮아질 때, 하나님께서는 “그래, 내가 네게 모든 것을 주고 싶구나!”라고 말씀하십니다.
  성탄절의 의미가 무엇입니까? 가장 낮은 말구유에 하나님께서 친히 내려오셨다는 것입니다. “나보다 더 낮은 자가 있느냐? 나보다 더 개같이 된 자가 있느냐? 부스러기처럼 된 자가 있느냐? 내가 그런 사람들을 다 끌어안고 하나님의 자녀로 만들기 위해서 가장 누추한 이곳에 왔다.”
  여러분, 예수 믿는 이 놀라운 은혜를 경험하시고, 혹 우리 주위에 부스러기처럼 멸시받고 고통 받고 외롭고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 있으면,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의 복음을,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복음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신 이 놀라운 은총을 함께 나누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이고, 오늘 이 시간 주님 앞에 예배드리는 하나님의 귀한 은총이요 이유인 것입니다.

* 기도
  하나님 아버지, 저희는 부끄럽고 아무것도 없는 부스러기와 같은 인생인데, 주님께서 저희들을 세워 주셨습니다. 개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로, 부스러기가 아니라 온전한 은총으로 저희들의 삶을 채워 주시는 것을 감사드립니다. 하나님 앞에서 교만해지지 않게 하시고, 늘 겸손히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모시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총을 매일매일 덧입어 사는 믿음의 백성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