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말씀

날짜 : 2004. 08. 22

제목 : 사명을 받은 거룩한 존재

본문 : 요한복음 17장 15~19절

말씀 : 김지철 목사

헨리 나우웬은 현대인의 삶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우리의 삶은 분주하다. 그러나 지루하다.” 여러분, 이해가 되십니까? 하루하루가 매우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따분합니다. 이것이 현대인들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무엇이 그렇게 바쁩니까? 무슨 할 일이 그렇게 많은가요? 어떤 일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새로운 일을 시작합니다. 현대인들은 하도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해 보려고 하고, 새롭게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인생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많은 일을 하면 할수록 삶이 지루하게 되고 따분하게 되는 것을 스스로 경험하게 됩니다.
활동을 많이 한다고 성취감이 커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어떻게 보면 빠른 속도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생각하는데, 나아갈 방향은 도외시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경쟁사회입니다. 속도전입니다. 엄청난 속도감에 의해서 하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방향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전속력을 향해서 뛰어가고 가있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마음속에 허탈감이 생깁니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달려왔는지, 무엇 때문에 밤에 잠도 자지 못하고 이렇게 땀을 흘리며 수고와 애씀을 여기에다 쏟아 부었는지 스스로 탄식하기도 합니다. 초점을 못 맞추고 있습니다. 앞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었지만 목적과 그 방향이 명백하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달려갔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삶에 경고등이, 붉은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합니다. 이 경고등은 다양한 방식으로 켜지는데 어느 때는 건강에 이상이 옵니다. 그리고 악화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인간관계가 그동안 잘되는 것 같았는데 어디선가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실직을 당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알지 못하는 내적 두려움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억압하여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깨닫기도 합니다.
어떤 남편이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 출장을 자주 다니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출장을 갔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아내가 남편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나도 오늘부터 새롭게 사업을 하나 해야겠어요.” “무슨 사업을 말이요?” 아내가 말하는 사업이란 양계장을 운영하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이 무슨 양계장이냐고 물으니, 수탉 두 마리와 암탉 한 마리를 가지고 양계장을 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갑자기 남편은 당황스러워졌습니다. 양계장을 하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어떻게 수탉은 두 마리에 암탉은 한 마리로 시작하려느냐고 아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아내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수탉이 너무 자주 출장을 가면 또 한 마리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그러면서 계속 말했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가정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당신의 삶을 살겠어요? 아니면 이렇게 가정은 돌보지 않고 일만 하면서, 끊임없이 출장 다니면서 가정에 대해서 무관심하겠어요? 양자택일하세요.” 일이냐 가정이냐,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남편에게 최후통첩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 보면 이런 일이 참으로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열심히 일하다가 갑자기 큰 중병에 걸리게 됩니다. 그러면서 죽음이 바로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열정을 쏟아 부었던 그 많은 일들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 번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내가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고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그 일들이 지금 생각해 보니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들, 가장 소중한 것들은 제쳐놓고 쓸데없는 것에 내 모든 것들을 쏟아 붓고 있었구나!’ 하는 자책감을 갖게 되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인생에 무엇이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는 것보다는, 어느 순간 자신에게도 막다른 골목이 닥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시간과 정성을 가장 많이 쏟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이 지혜자이고 그가 누릴 복인 것입니다.
우리는 때로는 당장 급한 불을 끄려고 너무 많은 중요한 것들, 아주 소중한 것들은 잊어버리고 엉뚱한 데다가 우리의 삶을 쏟아 붓는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우리의 삶에서 다시금 예수님의 말씀이 새롭게 기억되는 것입니다. 주님은 오늘 기도를 통해서 우리들에게 이것을 가르쳐 주십니다. 본문 15절에 보면 “내가 비옵는 것은 그들을―‘그들’은 ‘제자들’을 뜻합니다―세상에서 데려가시기를 위함이 아니요 다만 악에 빠지지 않게 보존하시기를 위함이니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땅에서 호흡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 우리의 심장이 뛴다는 것, 우리가 우리의 손을 스스로 움직일 수 있고 발을 움직일 수 있는 이 삶은―우리 예수님의 말씀에 의하면―이 땅에서 사명을 감당하기 위한 그런 존재로서의 삶인 것을 가르쳐 줍니다.
왜 주님께서는 마지막 순간에 십자가에 달리신 후 천국에 올라가시면서 제자들을 데리고 함께 올라가시지 않았을까요? 천국이 그렇게 좋은 곳이라면 “얘들아! 나와 함께 모두 천국으로 올라가자.”고 왜 집단 자살하지 않으셨을까요? 오히려 예수님의 태도는 이렇습니다. “나는 죽는다. 나는 십자가에 달린다. 그러나 너희들은 이 땅에서 견고하게 살아라! 이 땅에서 살 이유가 있다. 하나님께서 너희에게 생명을 주신 이유가 있다.”
본문 15절의 이 기도문은 예수님의 ‘대제사장의 기도’입니다. “하나님, 나를 통해서 하나님 영광을 받아 주시옵소서.” 그렇게 기도하신 후에 “하나님, 저는 떠나가지만 이 귀하고 사랑하는 제자들을 악한 유혹에서 붙잡아 주시고, 이 세상에서 견고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여 주옵소서. 하나님께서 저를 보내신 것처럼 저도 이들을 세상 속으로 보내오니 이들을 지켜 주옵소서.”라고 예수님은 기도하십니다.
세상으로 파송 받은 존재, 그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살아 있는 우리’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특별히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서 명백하게 알아야 할 사실은 우리가 살아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것 그 자체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아직도 할 일을 주셨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사명을 주시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목숨이 붙어 있는 것, 우리가 아직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우리의 손과 발이 움직일 수 있다고 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너는 아직도 이 땅에서 할 일이 있다. 내가 내게 사명을 준다.”고 하시는 그런 명백한 증거입니다.
왜 사람들이 살면서 방황할까요? 목표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사명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건강하면서도 방황하고 있고, 곳간에 돈이 쌓여 있는데도 방황하고 있고, 자기가 갖고 있는 능력이 많으면서도 방황하고 있다는 것은 이 세상에 살면서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그 사명, 그것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사업에 실패했습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렸습니다. 빚더미에 주저앉았습니다. 거리로 내쫓기게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자살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목사님을 찾아갑니다. “목사님, 모든 것을 다 잃어버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아무 희망이 없습니다.” 그러자 목사님이 대답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셨다고요? 그러나 혹시 가진 것은 없습니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당신은 이렇게 건강을 갖고 계시지 않습니까? 당신에게는 아직 가족이 있지 않습니까? 당신을 배반한 친구도 있지만 그래도 당신을 염려하는 친구들이 주위에 있지 않습니까? 당신이 여태까지 몇 십 년 동안 쌓아 온 노하우, 당신의 달란트가 있지 않습니까? 당신에게는 아직도 생각할 수 있는 이 머리가 있지 않습니까? 무엇보다도 당신 자신이 살아 있지 않습니까? 당신은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당신 마음속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믿음이 있지 않습니까? 결코 다 잃어버린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당신을 떠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지금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늘 잊어버린 것만 생각합니다. 늘 자신에게서 떠난 것만 생각합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들을 누군가가 다 빼앗았다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그것들에는 눈감고 보지 않으려 하고 다른 것들만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달란트, 우리에게 주신 재물, 우리에게 주신 가족, 우리에게 주신 생각, 우리에게 주신 지식, 우리에게 주신 인간관계, 우리에게 주신 건강, 우리에게 주신 신앙, 그것들이 아직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그 순간에 우리는 아직도 이 땅에서 살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감사하면서 새롭게 우리의 삶을 출발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예수 믿는 사람들은 어떻게 자기의 사명을 감당해야 할까요? 여러분, 건축 설계사가 건물을 지을 때 제일 먼저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이 건물의 용도가 무엇입니까?” 하는 질문입니다. 예배당을 지으려면 예배드릴 수 있는 예배당 같이 지어야 할 것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은 인생이라는 이 건물은 무엇을 위해 사용하려고 합니까? 예수 믿는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려고 할 때 첫 번째로 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내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가?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 땅에 살고 있는가? 내가 이렇게 호흡하면서 살고 있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금 이 시대, 이 땅에 보내셔서 살게 하시는 그 이유를 확인하지 않으면 인생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인생은 방황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시간과 세월을 낭비할 수 있습니다. 인생의 목적,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삶의 방향을 우리의 삶 속에서 바르게 확인할 때에만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쾌락을 즐기기 위해서 인생을 삽니까?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재물을 쌓기 위해서 삽니까? 재물을 쌓아 둔 다음에는 무엇을 하실 것입니까? 세상에서 명예를 얻기 위해 모든 삶을 달려가겠습니까? 명예를 얻은 다음에는 도대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더 큰 소유, 더 큰 쾌락만을 향해서 달려가고, 자신만을 위해서, 자기중심적으로 살았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 죽은 것과도 같은 것입니다. 여러분들 중 혹시 팔레스타인에 가 보신 분들이 계실 테지만 그곳에 가보면 큰 바다 같은 호수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갈릴리 바다고, 하나는 사해입니다. 어느 때 멀리서 보면 갈릴리바다보다는 사해가 더욱 아름답습니다. 바닷물이 투명한 것처럼 느껴지고, 그 바다의 푸른 색깔은 아주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갈릴리바다는 살아 있는 바다입니다. 사해는 이름 그대로 죽은 바다입니다. 갈릴리바다로 내려오는 물은 저 갈멜산 꼭대기에서 흘러내리는, 그 눈 덮인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입니다. 그리고 이 물은 다시금 사해 쪽으로 흘러갑니다. 그러나 사해는 끊임없이 바닷물을 받아들이긴 하는데 더 이상 내보낼 데가 없는 닫힌 호수입니다.
여러분, 인생도 그렇습니다. 수없이 하나님으로부터 받고 부모님으로부터 받고 친구로부터 받고 이웃에게 받은 그 사랑, 그 감사한 것을 인생에서 자기 자신만을 위해 누리게 되면 결코 기쁨이 없습니다. 평화가 없습니다. 감동이 없습니다. 받은 대로 다른 사람에게도 베풀고, 연약한 사람을 끌어안고, 곤경에 처한 사람들의 이웃이 될 때에 그런 사람이야말로 인생을 사는 보람을 느끼고, 감격을 느끼고,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예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나는 사람을 사랑할 마음이 없어. 나는 다른 사람을 섬기고 싶은 마음도 없어.’ 그런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신앙의 위기입니다. 신앙이 고사 직전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대단한 인물이 되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자신은 대단치 않고 별 볼일 없는 존재이지만, 우리가 믿고 있는 하나님께서 대단한 분이시기에, 그분께서 굉장한 분이시기에, 그분의 사랑 때문에 우리가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그분이 우리에게 베푸신 은혜 때문에 우리가 다른 사람을 돕고 섬길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 땅에 살면서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을 생각하고, 고통 받는 이들의 필요한 것을 공급해 주는 그런 사람이 될 때 우리는 거룩한 사명자가 되는 것입니다. 목사만이 거룩한 사명자가 아닙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섬기고, 상처 받은 사람의 상처를 감싸 주고, 격려해 주고 치유해 주는 순간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위로하시면서 우리도 위로하는 자로 만드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면서 우리도 악을 용서하는 자로 만드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격려하시면서 우리도 남을 격려하는 사람들로 만드셨습니다. 테레사 수녀는 “거룩한 삶이란 미소를 띠고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 안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의 미소를 띠고 사람을 대하고, 사람을 위로할 줄 알고, 사람을 격려할 줄 알고, 사람을 섬길 줄 아는 모습이 하나님의 거룩한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것입니다.
존 아이조의 『제2의 순수』라는 책에는 이런 재미있는 일화가 실려 있습니다. 호텔 벨보이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내 직업은 가방 나르는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벨보이와 ‘나는 이 호텔을 방문하는 사람마다 자기 집처럼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벨보이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 종류의 정원사가 있는데 ‘내 직업은 이 잡초를 뽑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는 사람들이 이 정원을 보고 아름다운 꽃들을 볼 때 아주 밝은 미소를 짓게 될 꿈을 갖고 이 직업을 택했다.’라고 생각하는 정원사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전화 안내원에도 두 종류가 있는데 자신의 직업은 그냥 전화 받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전화 안내원과 자신의 목소리로 오늘 하루도 다른 사람의 하루를 밝게 해 줄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있다고 기뻐하면서 그 일을 감당하는 전화 안내원이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여러분의 직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그 일이 그냥 단순 노동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일을 통해서 누군가가 기뻐하게 되고, 누군가가 미소를 짓게 되고, 누군가가 힘을 얻게 되고, 누군가가 새로운 목표를 향해서 달려갈 수 있다는 그것 때문에 우리의 직업에 기쁨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교회에서의 섬김과 봉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일날 우리 교회에 제일 일찍 오시는 분들 중에 한 분들이 바로 차량부원입니다. 추운 겨울에도, 더운 여름에도 언제나 일찍 와서 차량을 정리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하고 계실까요? ‘나는 우리 성도님들이 편안하게 하나님 앞에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마음입니다. 또 예배를 돕는 예배부원들이 있습니다. 헌금 위원들이 있습니다. 성가대원들이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 모든 분들이 기쁨으로 감사함으로 예배드릴 수 있도록 이 일을 감당하고 있고, 이 일야말로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사명으로 믿고 감당하는 것입니다. 이분들이 바로 소망교회를 대표하는 분들입니다. 그 얼굴 표정 속에서, 안내하는 표정 속에서 소망교회 이미지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분들을 보면서 소망교회를 방문하는 분들이 ‘참으로 귀한 분들이 수고하고 섬기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틴 루터 킹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설사 당신이 거리를 청소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더라도 당신은 베토벤이 음악을 작곡하듯이 거리를 청소하라! 그러면 당신은 불행한 하루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 굉장한 말입니다. 청소를 할 때 베토벤이 음악을 작곡하듯이 청소를 하라는 말입니다. 설사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하는 일을 맡게 되더라도, 이 일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전해 주겠다는 정성이 들어 있다는 그 자부심을 갖고 일하라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직업을 바꿀 생각을 너무 빨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환경을 좀 바꿔 봐야 되겠다.’는 생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생각을 바꾸셔야 됩니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셔야 됩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늘 확인해야 하는 것입니다.
때로 우리는 열심히 일하면서 피로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누구나 일을 하면 피곤이 옵니다. 피곤함에도 두 가지의 피곤함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분 좋은 피곤함이 있고 하나는 기분 나쁜 피곤함이 있습니다. 기분 나쁜 피곤함이란 무엇일까요? 의미 없이 일할 때, 기쁨을 갖지 않고 일할 때, 스트레스 쌓인다는 생각으로 불평하면서 일할 때 기분 나쁜 피곤함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기분 좋은 피곤함이란 무엇일까요? 수고하고 애쓰지만 그것을 통해서 보람이 있을 때 느끼는 것입니다. 저는 지난 주간 4박 5일 동안 몽골을 다녀왔습니다. 몽골 울란바토르 수도에 우리 의료선교회와 남선교회가 열심히 시간과 재물과 정성과 기도를 드리며 몽골제일교회를 헌당하는 예배를 드리고, 몽골을 돌아보고 돕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몽골은 사회주의 혁명이 끝나면서 약 12~13년 전에 복음이 처음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벌써 여러 선교사들의 복음 증거를 통해서 전체 인구 중에 0.8~1% 정도가 예수를 믿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속도는 우리 한국에 기독교가 들어왔을 때보다 더 빠른 속도라고 합니다. 굉장히 많은 가능성이 있는 그곳을 돌아보면서 제 가슴이 뛰었습니다. 사실 어제 새벽 기도를 드리고 주일 설교를 준비하면서 몸이 조금 피곤했습니다만, ‘아! 이건 참 기분 좋은 피곤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고하고 땀 흘리고 돌아다니면서도 그 속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그 삶의 뜻을 깨닫게 되면 기분 좋은 피곤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것이 다시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어떤 성도님들은 주일날 제가 5부 내내 설교하는 것을 보면서 피곤하지 않느냐고 걱정해 주십니다. 때로는 힘이 듭니다. 그러나 설교를 하면서, 땀이 쏟아지면서도 기분 좋은 피곤을 느낍니다. 다 끝나고 나면 감격과 감사가 제 마음속에 솟구쳐 오릅니다. 여러분, 피곤한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정성을 쏟아 붓는 그 시간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이 의미 있는 일인가? 남을 살리는 일인가? 자기 자신을 격려하고 다른 사람들을 세우는 하나님의 일인가의 여부에 따라서 그 일이 우리에게 기쁨과 감사를 주게 되는 것입니다.
칼 마르크스가 『공산당선언』 맨 마지막에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투쟁해서 이길 세상을 갖고 있습니다.” 참으로 사람들을 부추기는 말입니다. 이 세상을 혁명으로 이기고 얻을 그런 세상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신 사명이 무엇일까요?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이 세상에 우리를 파송하십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사랑으로 바꾸어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위에 이루어야 할 사명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 이것이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새로운 사명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 기도
하나님 아버지, 이렇게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아직도 이 땅에 저희의 사명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려는 것임을 압니다. 세상의 쓸데없는 것에 저희의 시간과 정력을 쏟지 않게 하옵소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사람들에게 기쁨과 위로를 주고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 저희의 삶을 쏟아 붓게 하여 주옵소서. 그래서 사명을 가진 거룩한 존재로 서게 하시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