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11.09 |  |
|
| 위로의 하나님 | ||
| 고린도후서 1 : 3 - 7절 | ||
| 김지철 목사 | ||
스위스의 한 정신의학자가 이런 제목의 글을 발표했습니다. ‘부모 잃은 고아들이 세계를 주도한다.’ 고아들이 세계를 이끌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 같은 동료인 폴 투르니에가 아주 깊은 매력과 충격을 느끼게 됩니다. 투르니에는 “상실과 고통을 넘어”라는 저서에서 인간이 부딪히는 상실감과 창조성의 관계를 설명합니다. 그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고통에 대한 경험은 생을 살아가는 데 놀라운 창조력을 계발해준다.’ 실제로 유년시절에 정서적 상실감을 겪은 여러 사람들을 조사해보면 우선 정치인들 중에도 좋은 정치인이든 나쁜 정치인이든 상관없이 이런 정신적 상실감을 받았는데 알렉산더 대왕, 줄리어스 시저, 루이14세, 히틀러, 레닌, 스탈린 등이 이에 속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권력을 향한 대단한 강한 의지의 사람들이라고 지적합니다. 종교지도자들 중에도 어렸을 때, 고아의식을 가졌던 사람이 많이 있는데 예를 들면 모세, 부다, 마호메트(그는 고아로 한 살도 되기 전에 부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가 있으며 철학자로는 사르트르가 고아였고, 공자는 한 살 때 부친을 여의었고, 루소는 태어나자마자, 데카르트는 한 살에, 파스칼은 세 살에 모친을 여의었습니다. 창조적인 예술가 중에도 어릴 때 고아가 된 사람들의 비율이 높다고 지적을 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사생아였고, 바하는 고아였습니다. 작가들 중에는 루소, 사르트르, 몰리에르, 얄베르 까뮈, 에드가 알란 포, 단테, 뒤마, 톨스토이, 볼테르, 바이런,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 정서적으로 이런 고아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을 합니다. 이런 표현에는 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습니다마는 아주 중요한 사실들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상실감과 그 인생을 헤쳐나갈 수 있는 강력한 생명력과 창조력을 그들에게 제공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어떻습니까? 우리들에게도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고통스러운 역경의 시간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어떤 분들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 고통과 고난의 문제를 너무 빨리 버리려고 합니다. ‘나에게는 고난이란 없다.’ 그러나 고난이 없는 인생이란 있을 수가 없습니다. 고통 속에서, 고난이라고 하는 과정 속에서 꽃피어나는 것이 우리의 인생들입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고 하는 도종환 시인의 시가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이 시인은 그 어떤 아름다운 꽃도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자란 꽃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비에 젖지 않고는 그렇게 아름답게 피어날 수 없다고 노래합니다. 고난이라고 하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은, 고통의 눈물에 젖어보지 않은 인생이 그 어디 있겠느냐고 이야기합니다. 고통을 가진 사람들이 때로는 아픔을 겪고 삶의 용기를 꺾이기도 하고 그런 고통을 만날 때 신음하기도 하지만 그 고통과 고난의 자리를 넘어서게 되면 그 인생은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수 있다고 우리들에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고난 없는 세상을 살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고통과 고난이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돈을 창고에 가득 쌓아놓은 사람도, 세상에서 그렇게 부러워하는 명예를 가진 사람도 그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남모르는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그것 때문에 아파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질병으로 갑자기 고통을 당한 사람들의 신음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고 때문에 잃어버리고 통곡하는 사람들의 그 아픔도 보게 됩니다. 직장을 잃고 경제적인 고난의 자리에 든 사람들의 신음소리도 있습니다. 사랑과 신뢰가 무너져서 자녀와 부모가 서로 상처를 주고 남편과 아내가 서로 용납 못해서 그것 때문에 가슴아파하는 그런 가정들도 봅니다. 미래에 대한 보장이 없어서 될대로 되라고 자기인생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소리도 듣고 있습니다.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갈 수능고사가 여의치 않다고 시험보는 중에 제 삶을 끊어버리는 젊은 학생도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 중에 누가 위로자가 필요없는 사람이겠습니까. 나는 고통이 없다, 나는 문제가 없다, 나에게는 아픔이 없다, 라고 장담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우리는 오늘 사도 바울이 말슴하는 그런 고난과 환난은 아닐지라도 그와는 또 다른 형태의 고난과 고통의 현장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하면 우리에게 닥치는 이 고난과 고통은 그냥 왔다가 그냥 슬며시 사라지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고난에서 도피한다고 고난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고통의 문제가 다가오면 직면해야 됩니다. 부딪쳐나가야 됩니다. 고난은 우리에게 놀라운 고통의 신비를 가져다줍니다. 고난 속에 들어간 사람은 인간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자각하게 됩니다. 고난은 인간을 낙심하게 만듭니다. 자신감을 상실하게도 만듭니다. 소망이 떨어져 낙담하게도 합니다. 의욕상실로 자기의 모든 가능성을 포기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우리는 바로 이때에 고난의 신비를 터득해야 됩니다. 그때가 우리가 변할 때입니다. 그때가 오히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다가와 하나님의 능력을 보여주실 때입니다.
사도 바울은 8-9절에 이렇게 말씀합니다. “힘에 지나도록 심한 고생을 받아 살 소망까지 끊어지고 우리 마음에 사형선고를 받은 줄 알았으니” 나는 이제 끝났구나, 내게는 이제 소망이 없구나, 이젠 죽음을 맞이해야 되겠구나, 9절에서 계속하여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로 자기를 위로하지 말고 오직 죽은 자를 다시 살리는 하나님만 의뢰하게 하심이라.” 이제 내 것은 없다, 나는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한다, 더 이상 내 것 때문에 연연하지 않겠다, 이제는 썩어질 것에 내 마음을 두지 않겠다, 라고 선언하면서 하나님만이 내 생명이시고 하나님만이 내 소망이시라고, 하나님께만 신뢰를 두겠다고 작정을 합니다. 구약의 요나라고 하는 예언자를 기억하십니까? 요나는 예언자이지만 그가 큰 고기 뱃속에 들어갈 때까지 기도를 하지 않습니다. 언제 기도하게 됩니까. 큰 물고기 뱃속에 들어가서 모든 것이 절망이고 모든 것이 어둠이고 더 이상 나갈 길이 없다고 여겨질 그때에 그는 하나님 앞에 기도합니다. “내가 받는 고난을 인하여 여호와께 불러 아뢰었삽더니 주께서 내게 대답하셨고 내가 스올의 뱃속에서 부르짖었삽더니 주께서 나의 음성을 들으셨나이다(욘2:2)." 고난의 자리에 기도가 시작됩니다. 고난의 신비는 기도하는 사람에게 나타납니다. 고난의 때가 하나님께서 일하실 때입니다. 그때가 하나님께서 우리를 도우실 때입니다. 그때가 하나님께서 살아계심을 우리 안에 증거하시는 때입니다. 누가복음 15장에 보면 탕자가 모든 것을 가지고 나가서 허랑방탕하다가 마지막에 모든 것을 잃고 돼지가 먹는 쥐염열매를 먹게 되면서 돼지 신세로 전락합니다. 그때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우리 아버지 집에는 먹을 것이 많은데…… 나는 아버지 집에 가야 될 텐데…… 고통과 고난은 우리로 하여금 아버지를 생각나게 합니다. 우리의 시작을 기억나게 합니다. 하나님께서 도우시는 우리 하나님 이신 것을 깨닫게 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고통은 우리에게 소원을 품고 기도하게 합니다. 구약 사무엘상에 보면 아이를 낳지 못하던 한나는 마음속에 소원을 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 나아와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것을 볼 때 고통은 인간을 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강하게 하고 인간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바꾸는 놀라운 능력을 주는데, 고통 그 자체가 주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대하는 그 인간이 하나님 앞에 나아감으로써 그 은혜를 선물로 주신다고 하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용하시고 우리가 성숙하기를 원하실 때 종종 갈등하게 하시고 고통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우리를 이끌어 주십니다. 시편 119편 71절에 시인은 이렇게 고백을 합니다.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성도 여러분은 이런 고백을 하실 수 있습니까? 고통과 고난을 당할 때 이 고통과 고난이 내게 유익이라고 당당하게 말하실 수 있습니까? 이 시는 그렇게 말씀합니다. 왜 그럴까요? 계속해서 말씀합니다. “이로 인하여 내가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나이다 주의 입의 법이 내게는 천천 금은보다 승하니이다.” 어떤 돈을 갖다줘도, 어떤 금은보화가 내게 허락된다해도 내게는 주님의 말씀이 우선이고 주님께 드리는 나의 사랑이 우선이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고난의 때는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때입니다. 우리가 가진 신앙의 틀에서 보면 너무 건강할 때가 사실은 문제일 수가 있습니다. 너무 집의 돈이 많을 때가 문제일 수가 있습니다. 그때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게 되기 쉽습니다. 오히려 내가 가진 것이 없을때, 내게 고난이 다가올 때 무릎꿇고 하나님 앞에 서게 됩니다.
남아프리카 연방공화국의 대통령을 지낸 만델라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오늘날 지도자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것은 힘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힘이 너무 많은 것이다.’ 함이 없을 때는 오히려 조심하고 겸손한데 힘이 생기면 교만해지고 남을 마구 억누르게 되는 그런 지도자가 문제라고 지적한 것입니다. 허드슨 테일러는 ‘하나님께서 하나님 자신을 의지할 만큼 충분히 연약한 자를 사용하신다’ 하였습니다. 야고보서 5장13절에 말씀합니다. “너희 중에 고난 당하는 자가 있느냐 저는 기도할 것이요 즐거워하는 자가 있느냐 저는 찬송할지니라.” 여러분, 어떤 고통을 겪고 있습니까? 어떤 고난 때문에 이 현장을 떠나 훨훨 날아가버리고 싶은 아픈 마음을 가졌습니까? 오히려 그때가 기도할 때이고 그때가 우리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때이며 그때가 하나님의 능력을 경험할 때라고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예수그리스도가 어떤 분이신가요.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시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시는 분이 우리의 주님이십니다. 주님께서는 그래서 가난한 자를 만나십니다. 병든 자를 만나십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외롭고 버려진 사람들을 당신의 친구로 부르십니다. 그리고 그들로 다시금 하나님의 자녀로 회복시켜주시고 이 세상에서 힘있게 살도록 초청하십니다. 사랑하는 자녀를 잃은 부모를 찾아가서 그들을 위로하십니다. 여기에 아주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고통을 겪은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고통을 감싸줄 수가 있습니다. 눈물을 흘려본 사람이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줄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이 바로 그런 분이십니다. 이것을 알고 바울은 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우리가 환난 받는 것도 너희의 위로와 구원을 위함이요 혹 위로받는 것도 너희의 위로를 위함이니” 그가 고난을 받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고 구원받게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눈물을 닦은 바울이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기로 결정합니다. 테레사 수녀가 쓴 “작은 몸짓으로 이 사랑을”이라고 하는 책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우리 삶 속에서 고통은 결코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고통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고통은 당신이 사용만 잘한다면, 특히 당신이 그 고통을 세상의 평화를 위하여 봉헌했을 때는 크나큰 사랑의 수단이 됩니다. 고통 그 자체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르시도의 수난으로 나누어진 것도 그것은 굉장한 선물이 됩니다. 그것은 사랑의 표징이 됩니다. 이 사랑을 가지고 고난 속에서 테레사 수녀는 고아와 과부들을, 고통받는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면서 그들의 어머니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날 마귀들이 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날의 주제는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서 기쁨을 빼앗을 수가 있겠는가?’였습니다. 한 늙은 마귀가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거짓웃음을 그들 마음속에 뿌려둡시다.” 이에 그들은 나가서 열심히 사람들 마음속에 거짓웃음을 뿌려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웃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을 보아도 만나도 웃었습니다. 누구를 만나도 겉으로는 웃기만 했습니다. 불의한 일이 일어나도 웃었습니다. 그러나 거짓웃음이 넘치면 넘칠수록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기쁨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을 본 천사들이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들에게 다시금 기쁨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 그랬더니 어린 천사가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눈물을 사람들의 가슴에다가 뿌립시다.” 이에 천사들이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마음에다가 눈물을 뿌렸습니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거짓을 보면서 눈무을 흘렸습니다.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기 자신의 부족함과 못난 것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놀랍게도 눈물을 흘리면 흘릴수록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쁨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기쁨은 그 영혼 깊은 곳에서 나오는 노래이기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무엇이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그렇게 억누르고 있습니까? 이 고난, 이 고통, 더 이상 대명하고 싶지 않는 그런 아픔이 있습니까? 헨리 나우엔이라고 하는 사람이 “상처받은 친자”라고 하는 책을 썼습니다. 거기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그분은 상처받은 친자다. 그는 상처를 받았기에 우리가 상처 받았을 때 우리의 상처를 끌어안고 치료하신다. 그는 십자가에 달리셔서 눈물을 흘리신 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눈물을 흘릴 때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신다.’ 인생을 사는 비결은 우리가 얼마나 강한가, 우리가 얼마나 능력이 많은가, 우리의 달란트가 얼마나 큰가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하나님이, 우리가 믿고 있는 예수님이 얼마나 능력이 많으신 분인가, 얼마나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시는 분인가를 알고 그분의 능력만을 믿고 나아갈 때 우리는 위로를 받는 사람이 되는 동시에 이 세상의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될 수가 있는 것입니다.
* 기도
사랑하는 주님,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신 주님, 그 기쁨 때문에 이렇게 주님 전에 나아와 찬양과 기도와 예배를 드립니다. 우리가 받은 위로를 통해서 세상의 고통받고 눈물 흘리는 사람들을 위로하게 하시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되게 하여주시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